[살며 사랑하며-황시운] 브런치 카페에 가고 싶다



며칠 전 SNS에 ‘브런치 카페에 가고 싶다’는 짧은 문장을 게시했다. 고맙게도 몇몇 친구들이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브런치 카페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내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며 이야기 나누는 어떤 시간과 공간 속이었다. 그러니까, 그곳이 꼭 브런치 카페여야만 할 이유도 없었던 셈이다. 간혹 ‘다시 걷고 싶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 역시 단순한 보행의 의미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걷고 싶다는 뜻일 때가 더 많았다.

요즘 난 SNS를 통해 친구들의 안부를 확인한다. 그들이 누구를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어떤 길을 걸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을 통해 그리운 이들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다. 혹시 마음을 다치진 않았는지, 내가 모르는 걱정거리가 생긴 것은 아닌지, 단조로운 문장이나 평범한 이미지 사이에 숨은 의미를 찾아내려 나름대로 애를 쓰기도 한다. 그것은 언제든 달려가 위로해줄 수 없는 처지의 내가 친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다. 사실 장애를 얻기 전엔 외출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사람에게 쉽게 정을 주지 못했고, 당연히 친구도 별로 없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람조차 기억하지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자꾸만 가고 싶은 곳이 생기는 것이다. 가고 싶은 곳이 있다는 것은 보고 싶은 이들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다시, 연말이다. 싫든 좋든 약속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모이는 시기다. 이제 곧 SNS의 뉴스피드에는 친구들이 이런저런 모임에서 찍은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할 테고, 나는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그리운 얼굴들을 확인할 것이다. 내가 도달할 수 없었던 시공간 속에 존재하는 그들과 닿을 방법이 지금으로선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시간과 공간에 의미를 부여해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 같다. 어쩌면 나는 가고 싶은 곳이 점점 더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황시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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