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담판 초읽기 핵심은 ‘상응조치’



북한과 미국이 이번 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제재 완화’ 대 ‘핵 폐기 검증’으로 전선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고위급 회담이 임박할수록 북·미 간 힘겨루기가 격화되는 양상이다.

고위급 회담의 일정과 의제는 얼추 드러났지만 성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전달 여부, 미 중간선거 결과 등에 따라 2차 북·미 정상회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종전선언 등 굵직한 외교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가장 중요하게 논의돼야 할 사안은 정상회담 일정과 장소를 잡는 문제가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 모든 것이 고위급 회담 논의 결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다음 주 나의 카운터파트인 2인자(the number two person)와 일련의 대화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협상 상대로 지목한 ‘2인자’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두 사람이 오는 8일(현지시간) 전후 뉴욕에서 만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인터뷰에서 검증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10월 초 김 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도를 분명히 했다”며 “우리는 이를 검증해야 하고, 이것을 얻어내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미국은 경제적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김 위원장이 제재에 대한 불만을 직접 표출한 직후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제거됐다는 것을 미국이 검증할 수 있을 때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런 발언은 북한이 제재 완화 목소리를 키우는 과정에서 나왔다. 북한은 지난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장 명의의 논평을 통해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핵·경제 병진 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 발전을 위해 비핵화를 택했는데, 그 전제조건인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시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으름장이다.

북·미는 고위급 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에 사찰단을 파견하는 문제,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정하는 일에 우선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이 요구하는 핵시설 신고와 검증, 북한이 원하는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의 상응조치를 서로 조합하는 일이 남아 있다. 북한이 최선희 외무성 부상을 김 부위원장과 함께 미국에 보내 회담 판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중간선거 결과와 대중국 전략 등을 두루 고려해 대북 협상 기조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9월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자기 식의 비핵화 선행 조치를 내놨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이미 취한 조치(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에 대한 사찰·검증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타결을 지을지, 아니면 속도조절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hk@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