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황시운] 폭력의 민낯



선생이 아이의 뺨을 올려붙였다.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한 교실에 쩌렁쩌렁 울렸다. 선생이 다른 쪽 뺨을 때리자 아이는 뒤로 나자빠졌다. 선생이 아이의 멱살을 잡아채 쓰러진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그러곤 아이의 뺨과 머리를 닥치는 대로 때렸다. 잘못했다고 빌 틈도 없었다. 아이는 선생이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고만 있었다. 깡마른 아이의 몸이 헝겊 인형처럼 나풀거렸다. 선생의 구타는 계속됐고 아이는 결국 또다시 넘어져 바닥을 굴렀다. 그제야 손찌검을 멈춘 선생이 가쁜 숨을 고르며 말했다. “반 평균이나 깎아 먹는 주제에 숙제도 안 해오고 말이야!” 아이는 바닥에 웅크린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발딱 안 일어나, 새끼야” 선생이 소리쳤다. 아이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눈물범벅인 아이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가서 벽 보고 서. 넌 이 새끼야, 앉아서 공부할 자격도 없어.” 아이가 칠판 모서리 쪽으로 가 돌아섰다. 선생이 걷어 올렸던 소매를 내리며 교탁 앞에 섰다. 선생이 책을 펼치자 여기저기서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날 나는 평소 말 한마디 건네 본 적 없는 아이의 좁은 등을 몰래 훔쳐보며 난생처음으로 가슴을 찌르는 듯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방관도 폭력만큼이나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후로 한동안, 나는 영혼까지 결박당한 듯한 무력감에 시달렸다. 선생이 학생을 때리는 일은 흔하디흔한 시절이었다. 그런데도 삼십년 가까운 시간을 단숨에 뛰어넘을 만큼 그날의 일은 선명하게 남아있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이 교실에서 나간 뒤에도 아이들은 넋이 나간 듯 쉽게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움직이지 못했다. 그날 선생이 때린 것은 그 아이뿐만이 아니었다. 온갖 부정한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 온 웹하드 업체의 사주가 이미 퇴사한 직원을 폭행하는 영상을 봤다. 넓은 사무실을 울리는 구타의 소리와 사주가 내뱉는 욕설을 듣는 순간 가슴이 죄어들며 식은땀이 흘렀다. 영상 속 사주가 때린 것은 그 직원뿐만이 아니었다.

황시운(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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