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시험을 위한 적당한 불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수시 등 다른 전형이 없던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시험에 대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해 큰일이라고 한다. 큰일이 아니다. 시험 때문에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불안하지 않다면 지겨운 공부를 계속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불안은 우리를 버틸 수 있게 하고, 불안 때문에 우리는 눈앞의 즐거움을 참는다. 적당한 불안과 긴장은 먼 목표를 위해 긴 호흡을 해야 할 때 꼭 필요하다. 불안이 어느 정도까지는 최고의 결과를 나오게 하지만, 정도를 넘어서면 집중력을 떨어뜨리므로 적당한 것이 좋다. 불안해서 잠을 못 자거나 과민성장증후군처럼 소화나 배변활동이 원활해지지 않거나 두통 등 몸에서 신호가 강하게 나타나면 양질의 불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지프 르두의 ‘불안’을 보면 단지 미래를 지향하는 내적 동기, 즉 스스로의 희망으로 인한 불안은 사람을 해치지는 않는다. 다른 이를 실망시키거나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함과 같은 외적 요소가 두렵거나 예전 시험에서 실수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불안이 병적인 수준으로 커지는 것이다. 수험생의 불안감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감정을 누르는 충고가 가장 해롭다. 예를 들면 불안해하지 말라는 말이나, 마음을 비우라는 말이다. 이제까지 마음을 비우지 못하게 해놓고 갑자기 편하게 마음먹으라고 한다고 해서 편해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불안과 걱정을 털어놓는 자녀가 있다면 시험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주는 것이 편하다. 정상적인 불안을 억지로 누르려고 하다가 불안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 시험이 가까워 왔다고 장소나 음식 섭취 같은 생활 패턴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뇌에는 또 다른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을 필요로 해서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밤과 낮이 바뀌지 않은 생활만은 한 달 전부터라도 꼭 실행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의 불안을 위해서 중요하다. 잠드는 시간은 매일 똑같지 못하더라도 일어나는 시간은 반드시 수능 보는 날과 동일하게 하는 것이 적당한 불안을 위해 중요하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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