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10월이 기회다



습관을 바꾸기는 어렵다.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즉 기존의 상태를 더 좋아하는 습성이 있기에 외부 자극이 오면 그 상황에 맞게 타협(신항상성, allostasis)은 하되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문제는 뇌의 부위마다 각기 다른 지자체와 같은 특성을 갖고 있어서 전두엽이 결심하는 새로운 내용이나 노력하려는 의지도 원시적인 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관성을 깨뜨리는 일종의 ‘외부 자극’일 뿐.

나를 포함해 체중을 감량하고 싶은 사람들이 실패하는 까닭은 뇌가 예전의 체중으로 자꾸 돌아가려는 장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 식욕이 돋고, 절식하다가 한 끼를 많이 먹어버리면 영양분을 확 저장해버린다. 우리 뇌가 늘어난 체중을 ‘내 체중’으로 인식하는 데는 불과 3개월이 걸리지 않지만, 체중 감량을 하려면 무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너에게는 옛날 체중이 맞아! 그대로 살아!’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도 3개월이 지나면 그 신호는 훨씬 약해진다. 삶을 확 바꿀 만한 도파민이나 아드레날린이 엄청나게 분비되는 것은 그래 봤자 3개월가량이다. 뜨거운 사랑도 그 기간이 지나면 따뜻해진다. 알코올이나 도박 중독도 끊고 나서 3개월의 고비를 넘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단주, 단도박 자조 모임에서도 100일 잔치를 한다. 아기들도 뱃속에서 받은 엄마 면역체계의 관성을 벗고 자기만의 면역을 확립하는 데 3개월이 필요하다.

10월이 오고 찬바람이 부니까 마치 2018년이 다 가버린 것처럼, 한 살 더 먹을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3개월이나 남았다. 습관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금연이나 체중감량, 운동하기와 같은 계획을 새해에 결심하며 1년간 지키려고 하면 뇌가 너무 힘들다. 지금 결심해서 일단 3개월 유지를 목표로 삼는 것이 뇌과학적으로는 더 좋다. 그리고 연말에 그 결심이 약해지고 다 망쳤다면? 괜찮다. 그때가 두 번째 기회다. 또다시 결심하면 된다. 새해에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보다 성공률이 높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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