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아이 돌보는 것



유치원 건물이 기울고 일부 철거한다는 소식을 보며 밤에 발생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씨랜드,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를 피한 것만으로도 일단 다행이다. 하지만 갑자기 아이들이 갈 곳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엄마들이 얼마나 발을 동동 구를지 상상하니 안타까웠다. 이런 비상시 아이들을 돌보아 줄 수 있는 기관이나 시스템이 부족할 테니까.

첫째를 낳았을 때 갓 전문의를 취득한 임상강사였다. 그 시절 아침 6시에 출근, 밤 10시쯤 퇴근이 반복됐고, 가끔 밤에 응급실로 달려가기도 했다. 그 시간 동안 갓난아기를 맡길 곳이 없으니 시부모님과 합가했다. 같이 사니 스트레스 받지 않느냐는 질문은 사치스러운 고민이었다. 아버님이 암을 진단받아 항암치료를 시작했고, 어머님은 척추협착증 수술을 받게 됐다. 친정엄마께 도움을 청해도 공황발작과 비슷한 불안을 겪으면서 지냈다. 집안일은 급하게 도움 주실 분을 찾을 수 있었으나 아이를 돌보는 일을 당분간만 해주실 분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구청의 돌봄 신청, 어린이집 대기도 걸었으나 소식이 없었다. 내 경험이 몇 해 묵은 옛날이야기이길 바라지만 지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양가 부모님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둘째까지 낳아 키우지만 결국 돌아가신 아버님께 어머님이 바로 가지 못하고 간병인을 둔 일이 죄송스럽다. 내가 일하던 병원에 입원해서 매일 가봤지만 며느리가 뭐가 반갑겠는가. 아내가 같이 있길 원하셨을 것이다. 간병인을 구하는 것은 6시간 만에 가능했지만, 아이를 돌볼 분을 구하는 것이 훨씬 어려웠기 때문이다. 보육지원금보다도 병원에서 급히 간병인을 구하는 시스템처럼 24시간 돌봐줄 수 있고, 단기간 오실 수 있는 분을 청할 수 있거나, 퇴근시간까지도 걱정하지 않고 맡길 수 있었다면 그 시절이 덜 힘들었을 텐데. ‘결국 네 꿈과 욕심 때문에 스스로 선택한 거잖아? 그냥 아이 키웠으면 되잖아?’라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다. 남들이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에게 수백 번 했던 질문이다. 아직도 답하지 못했을 뿐.

하주원 (의사·작가)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