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시사  >  여행

웅장한 폭포·기묘한 바위… 시름을 날린다

일본 3대 폭포 중 하나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나치폭포의 물줄기가 133m 높이에서 수직 낙하하며 계곡 전체를 울릴 정도로 장쾌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바로 앞 삼층 목조건물에서 한 외국인 관광객이 폭포 일대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구마노고도를 걷는 순례객(위). 금강산 해금강에서 이름을 따온 우미콘고(아래).
 
1000장의 다다미를 깔아 놓은 듯한 센조지키(위). 직경 9m 정도의 둥근 해식동굴이 있는 엔게쓰도(아래).
 
일본 3대 성에 꼽히는 오사카성(위). ‘쿨 재팬 파크 오사카’ 조감도(아래). 요시모토흥업 제공
 
구시모토 해안에 교각처럼 나란히 서 있는 하시구이이와.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 북쪽으로 향하면 오사카로 가게 된다. 누구나 좋아할 만한 화려한 매력을 뽐내는 곳이다. 남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와카야마다. 우거진 숲에서 초록샤워를 하고, 시간이 멈춰 선 듯한 지층의 선명한 움직임 등을 만나게 된다. 일본 고대와 현대가 어우러진 도시의 풍미를 느끼려면 오사카가, 자연 속에서 힐링을 얻으려면 와카야마가 답이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먼저 국내에 덜 알려진 와카야마로 간다. 웅장한 대자연은 나치카츠우라쵸에서 만난다. 나치산은 와카야마현 남동부에 자리잡은 산줄기. 산 전체가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원시림을 연상시키는 숲의 경관이 뛰어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나치폭포는 133m 높이로,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다. 수직 낙하하는 물줄기가 계곡 전체를 울릴 정도로 장쾌한 위용을 자랑한다.

세찬 물줄기가 위에서 아래로 쉼 없이 쏟아져 내린다. 세파의 시름과 걱정으로 가득 찬 가슴을 뻥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다. ‘일본의 명수 100선’과 ‘소리 있는 풍경 100선’에 선정된 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폭포와 연결된 길이 구마노고도의 일부다. ‘일본의 산티아고 순례길’로 불린다. 산티아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마노고도는 와카야마현과 나라현·미에현에 걸쳐 300여㎞의 숲길로 펼쳐져 있다. 고요함과 신비함이 그 길을 감싼다. 길목에 대나무 지팡이가 놓여 있다. 대나무 지팡이와 바위가 부딪히며 나는 ‘딱딱’ 소리가 정적을 깬다.

나치폭포에서 나와 해안도로를 따라 와카야마시로 가면 바다의 절경이 펼쳐진다. 구시모토 입구에 하시구이이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구시모토 해안에서 기이오시마 방면으로 약 850m에 걸쳐 40여개의 크고 작은 바위가 교각처럼 나란히 서 있다. 마그마 활동에 의해 부드러운 이암층 사이로 석영반암이 들어간 뒤 바닷물의 차별 침식에 의해 이암 부분이 사라지고 단단한 석영반암이 다리(橋)의 말뚝(杭)처럼 남은 것이다. 썰물 때는 바위 행렬의 중간쯤에 있는 벤텐지마까지 걸어갔다 올 수 있다.

바로 건너 기이오시마에도 볼거리가 많다. 이곳에 금강산 해금강의 이름을 딴 우미콘고(海金剛)가 있다. 요시노쿠마노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며 절벽 아래 해안에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진다. 인근에 터키군함조난위령비가 서 있다. 일본은 개항 이후 터키와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 1890년 6월 7일 오스만 제국 사절단과 해군 장병들이 탄 대형 군함 에르투으룰호가 요코하마항에 도착해 3개월간 머물다 9월 16일 귀국하던 길에 폭풍을 만나 이곳 해안에서 침몰했다. 656명 승무원 가운데 생존자는 69명. 당시 근처 마을 주민들은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비축했던 비상식량까지 써가며 부상자들을 보살피고 장례를 치러 줬다. 위령비 옆에는 기념관도 세워졌다.

시라하마로 접어들면 산단베키가 있다. 높이 약 50m의 절벽이 2㎞에 걸쳐 이어지는 주상절리 암벽으로 와카야마현을 대표하는 해안 명소다. 파도에 깎인 외관이 웅대하고 장엄하다. 시리도록 푸른 바닷물이 암벽에 부딪치면서 하얀 포말로 부서지는 풍광이 아름답다. 헤이안 시대에 구마노 수군의 은신처로도 쓰였다고 한다. 이곳 지하 36m 아래로 형성된 산단베키 해식 동굴도 함께 보면 좋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서면 오랜 세월 거친 파도의 침식 작용으로 만들어진 동굴의 내부는 200m에 달한다. 바로 앞까지 달려드는 역동적인 파도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센조지키는 거센 파도와 바람에 지속적으로 깎인 겹겹의 사암 지층이 1000장의 다다미를 깔아 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푸른 바다 옆에 연갈색 계단식 사암이 수채화를 펼쳐놓고 있다. 파도가 암벽에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하얀 물거품이 환상적이다. 바위에서 보는 일몰은 일본 석양 100선에 선정됐다.

‘일본의 와이키키 해변’으로 통하는 시라라하마 해수욕장의 백사장은 매우 곱고 부드러워 ‘슈거(sugar) 비치’로도 불린다. 일본이 아닌 남태평양 어딘가의 섬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엔게쓰도의 정식 명칭은 다카시마다. 해안 침식 작용에 의해 가운데에 직경 9m 정도의 둥근 해식동굴이 생겼다. 그 모양이 엔화의 동전 구멍과 비슷하다 해 엔게쓰도라는 애칭을 얻었다. 맑은 날 섬의 동그란 구멍 안으로 펼쳐지는 일몰이 장관이라고 한다.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오사카성이다. 16세기 후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통일을 달성한 뒤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나고야성·구마모토성과 함께 일본 3대 성에 꼽힌다. 규모가 크고 외부 침입을 막기 위해 해자를 넣어 건설한 대표적인 곳이다. 주변에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에 좋다. 공원에  요시모토흥업 등 민간 13개사와 민관 펀드 ‘해외 수요 개척 지원기구’(쿨 재팬기구)가 조성한 ‘쿨 재팬 파크 준비 주식회사’가 내년 2월 극장형 엔터테인먼트 시설 ‘쿨 재팬 파크 오사카’ 3개 홀을 오픈한다. 명칭이 ‘WW홀’ ‘TT홀’ ‘SS홀’로 정해졌다. 각각 1144석, 706석, 300석을 갖춘다. 일본 국내는 물론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유치해 오사카를 세계적 엔터테인먼트 관광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 여행메모

김포에서 간사이까지 1시간 40여분 국제운전면허증으로 렌터카 이용
1350년 역사의 난키 시라하마 온천


한국에서 일본 와카야마 및 오사카로 가려면 간사이국제공항(KIX)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국제 항공운송정보 제공업체인 OAG(Official Airline Guide)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12개월간 인천국제공항과 간사이공항 노선의 운항 편수는 1만7488편으로 6위에 오를 정도로 많다. 김포국제공항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3개 항공사가 매일 6편을 운항한다. 1시간 40여분이면 닿는 짧은 거리다.

와카야마 해변 도로를 따라 다양한 도시를 두루 보려면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공항 내에 렌터카업체가 있어 멀리 가지 않아도 된다. 다만 출국하기 전에 경찰서 민원봉사실에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받아야 한다. 한국과 통행 방향이 달라 운전 시 주의해야 한다.

간사이공항에서 와카야마시까지 차로 약 40분 걸린다. 나치폭포까지는 3∼4시간 소요된다. 시라하마는 역사 깊은 온천 또한 유명하다. 13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난키 시라하마 온천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으로, 아리마온천·도고온천과 더불어 일본 3고(古)탕으로 꼽힌다.

와카야마·오사카(일본)=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