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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 박정민&김고은, 청춘의 빛나는 열정을 만나다 [인터뷰]

오는 4일 개봉하는 ‘변산’의 두 주연배우 박정민(왼쪽 사진)과 김고은.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변산’에서 주인공 학수 역을 맡은 박정민. 그는 “학수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모습이 이 영화의 큰 재미”라고 소개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학수를 짝사랑하는 소설가 선미 역의 김고은. 역할을 위해 체중 8㎏을 찌웠던 그는 “촬영 이후 생전 처음 다이어트를 해봤다. 먹고 싶은 걸 참으니 우울해지더라”고 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


영화 ‘변산’을 통해 이준익 감독은 묻는다. 당신의 청춘은 어떤 모습인가. 흔히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 찬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지질하고 비겁하다. 그래서 더욱 짠하고 애틋할 수도. 이 영화의 주인공 학수(박정민)가 그렇듯이 말이다.

학수는 10년째 서울의 좁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무명 래퍼다. 가정을 버리고 떠났던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마지못해 고향인 전북 부안군 변산으로 내려간 그는 자신을 짝사랑했던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를 만나 외면하고 싶던 자신의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한다.

전작 ‘동주’(2016) ‘박열’(2017)에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 이 감독의 경쾌한 신작 ‘변산’에는 따뜻하고도 싱그러운 기운이 감돈다. 이 영화의 주연은 ‘동주’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박정민(31)과 드라마 ‘도깨비’(2016∼2017·tvN)로 주가를 올린 김고은(27)이다.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났다.

“본의 아니게 자꾸 도전하게 되네요.”

박정민은 매 작품마다 놀라움을 주는 몇 안 되는 배우다. 연기력은 물론이거니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정을 지니고 있어서다. “뭐든 대충 하고 싶지 않다”는 그의 이번 도전과제는 힙합. 수개월간의 연습 끝에 실제 래퍼 못지않은 실력을 보여줬다. 가사까지 본인이 직접 썼다.

“제가 작사까지 할 줄은 몰랐어요. 근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랩은 단순한 랩이 아니라 학수의 마음을 대변하는 장치거든요. 작품을 망칠세라 덜덜 떨면서 썼죠(웃음). 무대에 설 땐 손짓 하나까지 최대한 절제했어요. 관객들이 저의 과장된 ‘스웨그’(swag·자기만의 멋)를 어색해하실 수 있으니까.”

첫 원톱 주연이라는 부담도 상당했지만 김고은의 합류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했다. “어느 날 감독님께서 상대 배우로 김고은 어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전 이렇게 답했죠. ‘좋죠. 근데 걔 아마 안 할 거예요. 감독님 지금 걔가 누군지 모르시나 본데, 얼마 전까지 도깨비라는 드라마를 찍은 애예요.’ 그런데 하겠다고 답이 왔대요(웃음). 너무 고마웠죠.”

유난히 할 게 많은 작품이었다. 연기와 랩 춤 사투리까지 소화해야 했다. 박정민은 “주연으로서 현장을 잘 챙겼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었다. 김고은이 그 역할을 다 해줬다. 그게 제일 고마웠다. 역시 주연 경력은 무시 못 하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두 사람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선후배 사이다.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배우의 길에 뛰어들었다. 주변의 냉소는 뒤로 한 채 무던히 제 길을 걸었고, 끝내 영화계 중심에 섰다. “글쎄요, 저는 그냥 ‘사람을 잘 만났다’고밖에 할 말이 없어요. 저를 믿어주신 분들께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뿐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는 거고요.”

“계속해서 즐거운 열정이 샘솟았으면….”

김고은의 ‘변산’ 출연 결정은 일반적인 예상을 깬 것이었다. ‘도깨비’ 이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무렵, 자기 홀로 빛나는 것이 아닌 상대를 든든히 받쳐줄 수 있는 역할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유쾌한 작품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김고은은 “그 시기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도깨비’ 이후 불현듯 슬럼프가 찾아왔었다는 것이다. 그는 “밝은 역할을 하는 게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나를 좀 더 돌봐줘야 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도깨비’로 인해 엄청난 부담을 느꼈던 건 아니에요. 그때의 신드롬은 김은숙 작가님과 이응복 감독님, 그리고 공유라는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을 뿐이죠. 결과적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게 된 데 대해선 감사하지만요.”

‘변산’ 촬영을 하면서 말 그대로 ‘힐링’을 얻었다. 김고은은 “서로가 서로를 무한히 사랑한 현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선배 박정민과의 호흡도 두말할 것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존경심을 갖게 됐어요. ‘저런 게 진짜 노력이구나’ 싶더군요. 본받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데뷔부터 큰 주목을 받는 여배우들에게는 곧잘 ‘제2의 김고은’이라는 타이틀이 붙곤 한다. 그는 “이제 그 수식어는 제발 그만 써주시라”며 쑥스러워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면서도 늘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그다. “영광은 순간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계속 머물러 있을 순 없잖아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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