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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질 듯 이어진 선유도·장자도… 여기는 신선들의 정원인가

이른 아침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 대장봉 중턱에서 본 선유도 일대. 왼쪽 망주봉에서 오른쪽으로 명사십리해변이 펼쳐지고 장자대교로 이어진 장자도의 모습이 파노라마 같다. 장자대교 바로 뒤가 선유봉이다.
 
기러기가 내려앉은 모습의 평사낙안.
 
아기를 업고 먼 곳을 바라보는 형상의 할매 바위.


전북 군산시 고군산군도(古群山群島).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로 이뤄진 ‘서해의 보물섬’ 무리다. 이 가운데 무녀도(巫女島), 선유도(仙遊島), 장자도(壯子島)가 지난해 말 새로운 다리로 연결되면서 ‘육지’가 됐다. 섬이지만 더 이상 섬이 아니다. 새만금방조제로 연결돼 있던 신시도(新侍島)를 거쳐 자동차로 거침없이 섬에 닿을 수 있게 됐다. 대장봉에서 보는 파노라마 같은 풍경, 명사십리 해수욕장, 황홀한 선유낙조 등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난다. 올여름 입으로 맛보며 눈으로 호강하고 몸으로 힐링하는 여름휴가지로 어떨까.

신시도 입구에서 우회전하면 장자도까지 도로가 연결된다. 고군산대교를 건너면 해무 속에 아스라이 모습을 드러내는 선유도가 신기루처럼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배를 타고 가던 고군산군도를 다리로 가는 여정이 특별하다. 선유대교를 건너면 다른 세상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 든다. 끊어진 듯한 섬은 서로 연결되고, 멀어졌던 바다는 어느새 가까이에 다가선다.

새로 뚫린 도로로 징검다리 건너듯 섬을 딛고 끝까지 가면 장자도다. 무녀도와 선유도에 비하면 덩치는 작지만 풍경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과거 장자도를 중심으로 이곳에서 많이 나던 조기를 잡기 위해 수백 척의 고깃배들이 밤에 불을 켜고 작업을 하면 주변의 바다가 온통 불빛에 일렁거려 장관을 이룬다 해 ‘장자어화’로 불렸다.

작은 다리로 연결된 대장도의 풍경은 가히 으뜸이라 할 수 있다. 대장봉에 오르면 270도로 펼쳐지는 풍경이 12폭 병풍을 보는 듯 장쾌하다. 고작 142m 높이의 작은 봉우리에서 풍경은 ‘대장’이다. 선유도·관리도·말도·명도·방축도·횡경도 등 주변의 섬들이 호위하듯 감싸고 있다.

대장봉 중턱에 ‘대장도 할매 바위’가 있다. 등에 아기를 업고 먼 곳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여기에 전설이 있다. 자신의 뒷바라지로 과거에 급제한 할아버지가 소첩과 함께 오는 모습을 본 할머니가 아기를 업은 채 그대로 굳어져 바위가 됐다는 얘기다. 소첩이 아니라 역졸이었다는 반전 스토리도 가미됐다.

대장봉 정상까지는 짧지만 가파른 계단이 다소 힘들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도 30분이면 충분하다. 빼어난 경치가 힘든 발품을 보상하고도 남는다.

선유도에 명사십리로 불리는 선유해변이 자리한다. 선유2구와 선유3구 마을 사이 가늘게 이어진 제방 서쪽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모래사장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무녀도·선유도·장자도 3개 섬을 통틀어 유일한 해수욕장이다. 물이 차는 만조 때를 제외하고는 50여m에 이르는 너른 폭의 모래벌판이 거대한 운동장을 연상케 한다.

물결이 잔잔한 해변에는 유리알처럼 투명하고 고운 모래가 10여리에 걸쳐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에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시설이 들어서 있다. 물이 허리까지밖에 차지 않아 가족· 연인끼리 오붓하게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은 7월 16일부터 8월 15일까지 개장할 예정이다. 그 바다 위로 ‘스카이라인’이 하늘을 가른다. 국내 최초로 바다에 있는 섬과 섬을 연결해 2015년 7월 개장했다. 700m의 바다를 횡단하는 공중하강체험시설로 짜릿함을 제공한다. 높이 45m의 전망타워 10층과 11층 전망대에서 보는 서해낙조도 등 선유팔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이다.

해변 끝자락 선유3구 마을에 ‘망주봉’이 우뚝하다. 두 개의 거대한 바위 봉우리는 높지는 않지만 단단한 몸뚱이를 그대로 드러내며 가파르게 솟아 있다. 봉우리 한쪽 희미한 물길 자국이 선유팔경의 하나인 ‘망주폭포’임을 알려준다. 큰비가 내리면 봉우리에서 쏟아지는 물줄기가 폭포처럼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제방 동쪽 해변의 ‘평사낙안(平沙落雁)’도 선유팔경에 속한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차면 갯벌 중간에 형성된 은빛 모래톱이 꼭 기러기가 내려앉은 형상이다.

선유팔경의 으뜸으로 꼽히는 ‘선유낙조’는 어디서 보아도 황홀하다. 특히 선유봉(111m) 꼭대기에서 보는 일몰은 예술이다. 대장도와 관리도 사이 먼 바다로 떨어지는 저녁 해가 황홀경을 빚어낸다. 선유터널 직전 선유2 교차로에 들머리가 있다. 무녀도 방향으로 선유팔경인 ‘삼도귀범’이 보인다. 다소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넉넉잡아 20분이면 정상에 오른다. 정상에서 보면 희미한 안개 사이로 잔잔한 바다 위에 신기루처럼 떠 있는 섬들이 선계(仙界)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선유도에는 봉우리들과 어촌마을들을 둘러보는 구불길도 조성됐다. 남악산 대봉 구간, 선유봉 구간, 명사십리 해수욕장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걷는 데 서너 시간이면 족하다. 선유도에서 가장 높은 대봉(152m)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춘장대 해수욕장, 남쪽으로는 변산반도를 조망할 수 있다. 정상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여행메모

선유도·장자도까지 차로 접근 가능
주말·성수기엔 자전거·도보 여행


서해안고속도로 군산나들목이나 동군산나들목에서 빠져 21번 국도를 타고 새만금방조제로 간다. 방조제를 따라 달리다가 야미도를 지나 첫 번째 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신시도와 무녀도를 거쳐 선유도에 닿는다.

섬이 다리로 연결되면서 선유도 및 장자도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다. 하지만 도로가 좁은 데다 주차시설이 부족해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통행이 제한될 수 있다. 불법 주·정차를 단속한다는 안내문이 섬 곳곳에 나붙어 있다. 또 좁은 차로에서는 일방통행이 대부분이다. 통제하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차를 몰았다가는 서로 엉켜서 오도가도 못할 수도 있다.

비응항이나 신시도 초입의 ‘신시광장’에 주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99번 2층 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으로 장자도까지 운행한다. 섬을 둘러보려면 자전거나 전기삼륜차 등을 빌리는 게 편하다. 선유도 선착장 등에서 대여할 수 있다. 장자도와 선유도 등에 주차하고 도보로 섬여행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섬 안에 민박집과 펜션이 여럿 있다. 최근에 지은 펜션은 대장도에 있다. 선유도에서 장자도로 건너가 다시 대장도로 건너가야 한다. ‘섬마을풍경’(063-468-7300) ‘바위섬’(063-466-8005) ‘그 섬에 가고 싶다’(010-5196-2112) 등이 깔끔하다.

선유도 선착장이 있는 선유2구 마을과 선유3구 마을에는 횟집이 줄지어 있다. 선유3구에는 두 손을 모은 형상의 ‘기도등대’ 쪽에 추천할 만한 횟집이 몇 곳 있다. 직접 배를 타고 낚시로 잡아 올린 우럭과 통발로 잡은 갑오징어 등을 내오는 집도 있다.

고군산군도(군산)=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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