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정신건강의 비용



다음 달부터 정신건강의학과의 상담 비용이 줄어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1차 의료기관인 동네 의원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상담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줄어드는 것이다. 상담료는 시간별로 차이가 생기고,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치료가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는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여러 이유 중에 비용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기회비용까지 고려한다면 우울증은 치료받지 않았을 때 훨씬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우울증 증상만 봐도 집중력 저하 때문에 성적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의욕 저하로 일을 아예 못하거나, 감정기복으로 충동구매하거나, 불면과 불안으로 술에 의존하면 관련 비용이 더 많이 든다. 공황장애로 지하철을 타지 못해 택시만 탄다면 그 교통비 역시 치료비를 훨씬 웃돈다.

사실 비용보다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는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는 문화적으로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하는 데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마치 의지 부족처럼 여기는 편견이 여전히 남아있다. 정신과 내원 이력이 있다고 각종 사보험에서 가입을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 기록은 본인만 조회할 수 있는데도 어딘가에 기록이 따로 남아서 조회가 가능하다는 소문이 돈다.

이번 상담료 개편은 꽤 오래전부터 논의되었고 실행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정책을 만든 분들이라고 비용보다는 인식이 더 문제라는 점을 모를 리 없다. 그나마 상담에 대한 비용 문제라도 조금은 해결하는 게 빨리 문턱을 낮출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문제를 알고 해결하려는 사람이 다닌다. 정신과 환자인 사람이 따로 있다기보다 정신과에 다니는 ‘시기’가 있을 뿐이다. 적절한 때 치료받으면 그 시기는 더 빨리 지나간다. 행복을 되찾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값어치를 지닌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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