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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100세 시대 가로막는 ‘공공의 적’



비만은 현대 인류가 직면한 과제 중 하나로 평가된다. 기술과 산업, 물류·유통의 발달로 풍족해진 먹거리는 사람들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게 했다. 반면 이동·통신 수단의 발달 등은 소비하는 열량보다 많은 잉여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평균 신장과 체형은 꾸준히 증가했고, 100여 년 전과는 다른 인류의 모습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발달을 넘어 과잉상태인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가장 높은 비만율을 보인 OECD 가입국가는 미국으로 70.1%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인구 중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을 의미하는 비만율이 남성의 경우 1998년 이후 지속적으로 빠르게 상승해 2016년 40%를 초과했다.

◇문제는 비만이 불러올 ‘합병증’= 인류가 비만에 신경 쓰는 이유는 단순히 외형의 변화로 인한 자존감의 상실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비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질병 때문이다. 흔히 전문가들은 스트레스와 함께 만병의 근원으로 꼽는다.

당장 체중증가로 인해 무릎과 척추 등 관절에 무리가 간다. 배가 나오면 몸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척추디스크를 유발할 수 있다. 슬관절(무릎)의 퇴행성관절염도 비만인이 정상인보다 2배 이상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신체리듬 혹은 일주기 리듬으로도 불리는 시계유전자의 발현에도 복부내장지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지원 교수팀의 연구결과도 있다. 일견 관련이 없을 것 같은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이나 유방암, 뇌졸중 심지어 혈관염증에 이르기까지, 비만은 병원을 집처럼 느끼게 강제한다.

비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당뇨병의 치료에도 내장지방의 비율이 중요하다고 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위장관외과 박성수 교수팀은 내장지방비율(VFP, Visceral Fat Proprotion)이 낮을 경우 대사수술을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당뇨개선효과가 높다며 현행 신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보다 명확한 인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5월 국제비만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복부지방이 많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폐활량 지수가 약 10%씩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돼 복부지방이 많을수록 폐 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도 한다.

최근에는 혈당과 혈압, 혈중 지질 등 대사지표가 정상인 ‘건강한 비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의 빅데이터 연구결과도 발표돼 생존을 위한 비만과의 전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도 나온다.

◇‘다이어트’ 미용 아닌 생존, 유전자부터 알고 싸우자= 다행스러운 점은 비만의 무서움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는 점이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관적 비만인지율은 남성이 82.6%, 여성이 93.2%로 평균 86.%를 기록했으며, 2001년 72.6%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체중감소 시도율 즉 다이어트를 실행한 이들도 10명 중 6명(59.6%)으로 2007∼2009년부터 6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스스로를 비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체중감량을 시도하고 있음에도 성공률이 낮고 비만율이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자신에게 맞는 다이어트 방법을 모르거나, 체중감량에 성공해도 식단의 변화 등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2017년 8월1일부터 2018년 3월 31일까지 비만전문클리닉 365mc를 찾은 남성 3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남성들이 지방흡입을 위해 병원을 찾은 가장 큰 이유는 ‘건강’이었고, ‘일반 다이어트로 해결되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의료기술의 발달로 일련의 위협으로부터 조금씩 안전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만 전문 유전자검사의 등장으로 스스로의 비만 위험도부터 비만의 원인, 심지어 요요 가능성과 다이어트 효과, 비만으로 인한 우울감 등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밀의학 생명공학기업인 마크로젠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체형 ▶식이 ▶운동 ▶심리에 이르기까지 다각도에서 비만의 원인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다이어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검사서비스를 개발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유전체연구소 김진호 박사팀도 다이어트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변이가 100개임을 밝혀내고, 이들 조합에 따른 다이어트 효율을 연구해 맞춤형 모델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의학, 보건학, 영양학, 운동학 등 각 분야별 혹은 연계를 통한 체중관리 연구들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5년부터 비만대책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들 연구를 지원하는 한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효과적인 비만 예방관리정책을 개발하고 개인맞춤형 비만진료지침 개발, 합병증을 예측할 계획이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삽화=전진이 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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