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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아버지의 의미는…”

신용목(왼쪽)과 안희연 시인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아버지에 대한 시·산문집 ‘당신은 우는 것 같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신 “돌아가신 뒤 모든 게 그리움” 안 “결혼할 때 너무 너무 생각나”
각자 시 20편씩 고른 뒤 이야기 붙여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다르겠지만 다시 한번 떠올려보는 계기 기대


우리 모두에겐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아버지의 의미는 제각각이다.

“나를 세상에 존재하게 한 사람이면서 동시에 나의 한계를 심어준 사람.” “세상 모든 죽음을 가볍게 느끼지 못하게 한 사람.” 신용목(44)과 안희연(32) 시인에게 아버지는 각각 이런 뜻이라고 한다. 아버지에 관한 시·산문집 ‘당신은 우는 것 같다’(미디어창비)를 같이 엮고 쓴 두 사람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책은 문단 선후배인 두 시인이 시 20편씩을 고른 뒤 각자의 아버지 이야기를 덧붙인 형식이다. “참 묘한 게 아버지를 생각하면 예전엔 늘 미움, 답답함 이런 게 있었는데 돌아가신 뒤 어느 순간부턴 그 모든 게 그리움으로 바뀌더라.” 신 시인의 얘기다. 부친은 10년 전 세상을 떠났다. 농사꾼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돈 안 되는’ 시를 쓰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눈이 오는 날이었다. 아버지가 밥상머리에서 “눈은 어째 내리는 기고”라고 물었다. 백석의 시를 좋아하던 그는 불쑥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은 푹푹 눈이 내립니다”라고 답했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인용한 것이다. 아버지는 “미친놈”이라고 내뱉은 뒤 콩나물국을 아들의 바지에 쏟아버렸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에 이어지는 얘기다.

신 시인은 “아버지를 떠올리면 앙금 같은 게 가슴에 남아 있었는데 이걸 쓰면서 비로소 아버지를 이해한 느낌”이라고 했다. 가장 애틋한 얘기가 뭔지 궁금했다. 어머니가 유산했을 때 아버지가 친구 집에 병원비를 빌리러 간 장면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그 집 식구들이 저녁밥 먹는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 보여서” 그걸 지켜보다 빈손으로 돌아왔더란다.

신 시인의 아버지가 투박한 느낌이라면 안 시인의 부친은 아련한 이미지다. 안 시인은 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그는 “이른 봄 가족들이 산에 소풍을 갔다가 갑자기 내린 폭설에 길을 잃고 고립됐다. 길을 찾아보겠다고 앞서 간 뒷모습이 아버지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시 ‘뱀이 된 아버지’ 뒤에 나온다. 그는 “너무 어릴 때 아버지를 떠나보내서 그런지 어떤 죽음을 마주하더라도 감정이입을 많이 하게 된다”고 했다.

안 시인이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랑과 아버지 산소를 찾은 일화는 ‘신부 입장’이란 시와 함께 나온다. 안 시인은 “신랑의 손은 듬직하고 따듯했지만 그래도 속으로 얼마나 바랐는지 모른다. 아빠가 잠깐이라도 살아 돌아와 내 손을 잡아주기를. ‘쓰다 만 초 같은’ 손이라도 좋으니”라고 썼다. 서러운 눈물과 잔잔한 웃음이 교차하는 아버지 이야기들이다.

안 시인은 “이 글을 쓰면서 아버지를 충분히 추억할 수 있었다”며 “모두 각자의 아버지를 떠올려보면 좋겠다”고 했다. 신 시인은 “이 책이 각자의 아버지를 비춰보는 거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 말대로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게 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

사진=이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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