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미래 먹거리 車 전장 사업에 1조4400억 ‘베팅’



LG전자와 ㈜LG가 1조4000억원을 들여 오스트리아의 세계적 자동차 조명업체 ZKW를 인수했다. LG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LG그룹이 그동안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온 자동차 전장 사업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26일 이사회를 열어 11억 유로(약 1조4400억원)을 투자해 ZKW홀딩스 지분을 100%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가 7억7000만 유로(약 1조108억원)를 들여 지분 70%를, 지주회사이면서 재무 투자자인 ㈜LG가 3억3000만 유로(약 4332억원)를 들여 지분 30%를 확보했다. 경영은 LG전자가 전담한다.

ZKW는 1938년 설립된 프리미엄 헤드램프(전조등) 제조사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포드 등 주요 자동차 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연 매출액이 2010년 2억8000만 유로에서 지난해 12억 유로까지 뛸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LG전자는 전장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2016년부터 인수할 만한 차량용 조명업체를 물색했다. 그 결과 지난해 ZKW를 인수 대상으로 낙점하고 물밑 작업을 시작했지만 일본 파나소닉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ZKW는 끈질긴 구애를 펼친 LG전자를 선택했다. LG그룹이 뒤에서 LG전자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로 LG그룹 계열사 간 자동차부품 사업 시너지 효과가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ZKW는 차량용 LED 사업에 진출해 올해부터 헤드램프를 양산하고 있는 LG이노텍과 벤츠·BMW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드는 LG화학 등과 협업하기 유리하다.

LG전자의 자동차전자장비(VC) 사업도 탄력받을 전망이다. 당장 리어램프(후미등)에 한정됐던 기존 자동차용 조명 사업을 헤드램프까지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각 계열사의 전장 부품을 모아 고객사에 패키지 형식으로 납품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렸다.

한편 LG전자는 이날 1분기 매출 15조1230억원, 영업이익 1조107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 건 2009년 2분기 이후 9년 만이다. TV와 생활가전이 쌍끌이로 실적을 견인했다. 사업본부별 영업이익은 HE(홈엔터테인먼트) 5773억원, H&A(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 5531억원이다. 프리미엄화에 성공한 H&A와 HE 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각각 역대 2위(11.2%), 1위(14.0%)에 올랐다.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한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과 투자 초기 단계인 VC사업본부는 각각 1361억원과 1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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