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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섹시한 도시 베를린



me, 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손관승 지음/노란잠수함/384쪽/1만6800원

독일 베를린의 한 건물 외벽을 장식한 그라피티 작품이다. 하얀 바탕 위에 ‘HOW LONG IS NOW’라는 글씨가 적혀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현재는 얼마나 긴 걸까’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대수롭지 않은 질문이지만, 누군가에겐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듯하다.

저 작품을 그린 사람은 누구일까. 주인공은 예술가 공동체인 ‘타헬레스(Tacheles)’의 작가들이다. 이 단체에 속한 예술가들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인 1990년 2월 한 건물을 무단 점거한 뒤 다양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타헬레스가 있던 건물은) 마치 새로운 종교가 탄생하듯 일약 거리의 예술가와 그라피티 예술, 언더그라운드와 반(反) 예술의 아이콘이 되었다. 보헤미안적 삶을 꿈꾸는 순례자들도 끊이지 않았다. …최고의 창조 공간이었다. 섹시한 도시로서 베를린의 탄생이었다.”

‘me, 베를린에서 나를 만났다’는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어떤 매력과 역사를 품고 있는지 입체적으로 조명한 책이다. 저자 손관승(59)씨는 25년 전 MBC 베를린 특파원으로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한 뒤 베를린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me’는 중의적인 의미를 띠고 있다. ‘나’를 지칭하면서 ‘무빙 에너지(moving energy·움직이는 에너지)’라는 뜻도 담겨 있어서다. 실제로 베를린은 문화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도시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 도시는 자연스럽고 당당하다. 서유럽이면서도 동유럽의 분위기도 섞여 있는 도시, 이곳에서 전통과 혁신은 이중주를 이룬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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