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트럼프에 “비핵화” 전한 金, 남은 이슈는… ‘원샷 or 단계’



美 “좋은 진전” 긍정적 평가 북·미회담 성공 보장은 못해
김정은, 시진핑 만났을 때 체제 완벽 보장 땐 핵포기 시사
양국 정상회담 장소 결정 못해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에 대해 협상할 의향이 있다는 의사를 백악관에 전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안을 즉석에서 받아들인 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북·미 양측은 회담 성공을 위해 서로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8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북한이 비핵화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백악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협상 의지를 직접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용의를 백악관에 전달한 것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국 측 6자회담 차석대표는 “북한이 과거에는 비핵화가 절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것에 비춰보면 좋은 진전”이라고 WSJ에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 논의가 이뤄진다고 해서 회담의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다. 비핵화 개념과 방식, 절차 등에 있어서 북·미 간 입장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북한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는 “북한은 지난 12년간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내내 ‘비핵화 논의 의향이 있다’고 했다”며 “비핵화 논의가 비핵화 행동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지적했다.

쟁점은 비핵화 방법론이다. 미국은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 방식을 주장한다.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고 돌이킬 수 없는 폐기’를 의미한다. 반면 북한은 단계별 비핵화를 내세운다. 김 위원장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공론화했다. 북한이 단계별 비핵화를 제안한 것은 단계별 제재 완화와 경제적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핵·미사일 실험 동결→핵물질 생산 유보→핵미사일 배치 중단→사찰 및 검증’ 등이 진행될 때마다 상응하는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2005년 6자회담 합의 당시 써먹은 레퍼토리를 또 되풀이한다며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접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만났을 때 북한 체제를 완벽하게 보장하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 요구대로 비핵화 소요 기간도 크게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체제 보장과 핵무기 개발을 맞바꿀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는 북한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서는 것이다. 다만 완벽한 체제 보장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연합훈련 중단,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금지를 의미한다면 회담이 겉돌 수 있다.

북·미는 또 아직 정상회담 장소를 정하지 못한 상태다. 북한은 평양을 선호하지만 미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판문점이나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돋보이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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