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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컷]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의 로버트 카파



로버트 카파: 살아남은 열한 장의 증언
장 다비드 모르방·세브린 트레푸얼·도미니크 베르타유 지음, 맹슬기 옮김
서해문집, 100쪽, 1만6000원


흐릿한 사진이다. 무장한 군인들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는 한 군인의 모습도 눈에 띈다.

이 사진은 헝가리 출신 사진가 로버트 카파(1913∼1954)의 작품이다. 카파는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되던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때는 1944년 6월 6일. 작전이 펼쳐진 곳은 오마하 해변으로 당시 이 해변에서 숨진 군인은 4000명에 달했다.

카파는 종군기자 신분으로 참사의 현장을 누볐다. 당시 전투에 참전한 한 미국 군인은 총상을 입었을 때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이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어요. 한 명은 체구가 컸던 E중대 하사였습니다. 다른 한 명은 사진가였어요. 목에 카메라를 두르고 있었고 어깨에 종군기자 마크가 달려 있었거든요.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도대체 왜 그 지옥 같은 곳에 사진가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가더군요.”

이 책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종횡무진 활약한 카파의 모습이 담긴 그래픽 노블이다. 전쟁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고뇌와 카파의 행적이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말미엔 카파가 이 전투를 촬영한 사진 10장이 실려 있다. 당시 그는 사진 11장을 찍었는데, 1장은 망실됐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 카파가 남긴 이런 말을 되새기게 된다.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까이서 찍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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