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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병을 아시나요



#근력 약화로 평소 계단 오르기가 힘겨웠던 A씨는 최근 극심한 피로감에 수면 중 호흡곤란 증상까지 겪게 되자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 결과, 특정 질환 발생이나 뚜렷한 원인 없이 간수치 및 근육 효소 수치가 모두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지만 신경근육질환에 대한 추가 검사 실시를 권유 받았다. 특히 '폼페병'이라는 희귀 질환이 의심된다는 소견에 깜짝 놀랐다. 대부분이 유전질환으로 알려진 신경근육질환에는 치료제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질환에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진단과 치료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며, 그중 폼페병은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오는 4월 15일 '세계 폼페병의 날'을 맞아 치료가 가능하지만 낮은 질환 인지도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지연되고 있는 폼페병을 알아본다.

폼페병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따라 영아형과 후기 발병형(성인형)으로 분류된다. 발병 시기나 증상은 가변적이나 영아형과 후기 발병형 모두 주로 근육 쇠약과 관련된 증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질환 진행에 따라서는 보통 어깨나 다리·둔부의 근육이 약해져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머리를 감거나 빗는 것이 힘들어지며, 계단을 오르거나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이 어려워진다.

또 윗몸 일으키기 등에 쓰이는 중심부 근육이 특히 약해지고 균형 상실로 인한 비정상적인 보행이 수반되며, 점진적으로 호흡기 근육이 손상돼 심한 경우 호흡 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들이 타 질환 또는 건강 상태나 노화에 따른 일반적인 증상으로 치부되기 쉬우며, 질환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저조해 진단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권기한 한림대의과대학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는 “후기 발병형 폼페병 환자의 경우 관련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찾은 이후 확진까지 평균 3년에서 7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운동 시 숨이 차고 아침 시간대의 두통, 보행의 어려움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어서 환자는 물론 의료진까지도 폼페병을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폼페병은 세포 속 리소좀 내 산성알파글루코시다제(GAA) 효소의 결핍이나 부족으로 발생한다. 이로 인해 글리코겐이 분해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근육 손상이 나타나며, 치료로는 각 증상에 대처하는 치료와 함께, 결핍됐거나 부족한 효소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제를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이 실시된다. 치료제를 정맥에 주입하는 방식의 효소대체요법이 도입되면서, 폼페병은 희귀 난치성 신경근육질환으로는 드물게 ‘치료가 가능한 희귀질환’이 됐다.

폼페병 환자 치료에 있어 효소대체요법은 10년 이상의 임상 연구와 실제 환자 치료 등을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 효소대체요법은 폼페병 환자의 호흡 및 운동 기능을 유지 또는 개선시켜, 보행 거리를 늘리고 폐 기능을 유지시키는데 효과적이다. 환자의 수명 연장에도 도움을 주는데, 생존율 분석 연구 결과, 효소대체제요법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 대비 사망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기한 교수는 “10여년 전에는 폼페병이 확인되더라도 치료법이 없다는 것에 환자들이 좌절하곤 했다”며 “하지만 효소대체제요법 도입 후 실제 치료 환경에서도 폐활량 향상, 근력이상 호전 등이 확인되면서, 조기 치료 시 환자들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 상황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국내 폼페병 환자는 40여 명에 불과하다. 평균 4만명당 1명꼴인 발병 빈도를 고려했을 때 전문가들은 아직도 상당수의 환자가 진단 및 치료 과정을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후기 발병형 폼페병의 경우, 근력 약화 등의 증상으로 질환이 의심될 시 신속하게 내원해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 후기 발병형 폼페병 환자의 95%에서 크레아틴 키나아제(CK)의 수치 상승이 보고된 만큼, 건강검진 시 해당 수치 상승이 확인되면 혈액과 조직의 GAA 효소에 대한 검사들과 함께 폼페병 원인 유전자의 변이 여부를 확인하는 GAA유전자 검사 등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다.

권기한 교수는 “폼페병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진단이 곧 치료라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며 “아울러 다양한 근력 약화 증상이 보고되는 만큼, 신경계뿐만 아니라 근육 및 호흡재활 등 관련 학과의 다학제적 접근과 치료를 위한 협진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폼페병 조기 진단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 전문가들은 생후 48시간에서 7일 사이 의무적으로 실시되는 신생아 스크리닝에 검사 항목으로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폼페병에 대한 선별 검사가 신생아 스크리닝을 통해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도입이 되지 않았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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