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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위식도역류질환, 약만 잘 써도 완치할 수 있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 교수(오른쪽)가 수시로 쓴물이 목으로 넘어오고 가슴 부위가 타는 듯이 아파서 힘들다고 호소하는 한 위식도역류질환자의 식도점막 상태를 내시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윤성호 기자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김범진(47) 교수는 식도 및 위장질환 전문가다. 특히 위식도역류질환과 헬리코박터파일로리(HP)균에 의한 위장병 진단 및 치료 경험이 풍부하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에 있는 음식물이 식도로 역류하면서 속 쓰림 등 소화불량 증상을 일으키는 병이다. 발병 환자 수가 연평균 15.3%씩 증가하고 있다. 재발하기 쉽고 약을 먹으면 증상이 좀 나아지는 듯싶다가도 다시 악화되기를 반복하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하는 건 금물이다.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길이 아주 없지는 않기 때문이다. 첫째 다양한 환자 치료 경험을 갖춘 전문의를 찾고, 둘째 자신과 궁합이 맞는 치료를 받는 방법이 있다. 한마디로 환자 자신의 병 상태에 적합한 개인맞춤 처방을 찾으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잘못된 식습관까지 개선하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26일 “잘 낫지를 않으니 평생 고질병으로 생각하고 고통을 감수한 채 지내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상태에 따라 효과적인 약 처방을 비롯해 복강경 수술 또는 고주파 열 치료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면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998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3년 삼성서울병원에서 내과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임상강사를 거쳐 2009년부터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1년간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브래든 쿠오 교수 연구실에서 위식도역류질환과 기능성 위장장애, 위하수 등의 병태생리와 최신 치료법을 집중 공부하고 돌아와 진료를 재개했다. 쿠오 교수는 기능성 위장장애 연구 및 소화기병 학계의 석학이다. 일본 도쿄타워 부근에 위치한 도라노몬병원을 찾아 치료내시경 연수도 받았다.

김 교수는 현재 대한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학회 학술위원, 대한소화기기능성질환·운동학회 기능성소화불량증연구위원, 위식도역류질환연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발표한 식도 및 위장관질환 치료와 치료내시경 분야 논문만 16편에 이를 정도로 평소 진지한 진료 못지않게 연구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덕분에 유럽소화기학회(UEGW) 미국소화기학회(DDW) 등 국제 학회에서 우수포스터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대한헬리코박터 및 상부위장관학회가 수여하는 제일연구상 대상도 2009년과 2016년 거푸 수상하는 성과도 거뒀다.

-위식도역류질환에 걸리면.

“가슴 부위가 타는 듯이 아픈 흉부작열감이나 위산이 식도 쪽으로 올라오는 위산역류 증상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 가슴통증, 쉰 목소리, 목안 이물감(인두 종괴감), 연하장애(삼키기 힘듦), 인후통, 기침, 천식, 속 쓰림 등도 나타난다.

흉부작열감은 위장관이나 하부 가슴 쪽에서 목을 향해 통증이 타는 듯 올라오는 느낌을 말한다. 위식도역류질환자 10명 중 약 7.5명이 겪는 증상이다. 삶의 질 저하가 이에 비례한다고 알려져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의 주된 증상으로는 명치 부위가 쓰리거나 타는 듯한 느낌, 식도로 신물이 올라오는 증상, 가슴 부위 통증 등이 있다. 목에 무엇인가 걸려 있는 것 같거나 속이 자주 쓰리고 감기가 아닌데도 기침을 자주 하거나 쉰 목소리가 나도 ‘위식도역류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잘못된 식습관 때문에 환자 수가 늘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건강검진 수검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위식도역류질환은 유병률이 약 8%에 이르고 해마다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류 및 패스트푸드 섭취가 늘고 있는 것과 비만 및 고령 인구의 증가가 주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기름진 음식, 탄산·카페인 음료, 야식 등을 즐기는 사람들에게서 급증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하부식도 괄약근의 기능저하, 식도의 비정상적 연하운동, 위산 과다, 위 내용물 배출 지연, 식도점막의 저항력 감소 등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먼저 하부식도괄약근 기능에 문제가 생겨 위산이 식도 쪽으로 역류하는 경우는 술·담배와 기름진 음식, 커피, 탄산음료, 민트(서양 박하), 초콜릿 등 자극적인 음식이 주요 위험인자다. 이 외에 식도 점막을 자극하는 매운 음식, 신맛이 나는 주스, 향신료 등도 식도건강을 해치기 쉬운 식품으로 꼽힌다. 늦은 밤 식사, 식후 바로 눕는 습관, 과식 등의 잘못된 식습관 역시 피하는 게 좋다.”

-개인 맞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위식도역류질환은 약물치료가 기본이다. 대부분 약을 복용하는 것만으로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증상이 심해서 수술 등 다른 처치가 필요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약물요법으로는 오메프라졸 란소프라졸 에소메프라졸 라베프라졸 판토프라졸 등을 주성분으로 한 ‘양성자 펌프 억제제’가 가장 효과적이다. 대개 투약 1∼2주일 만에 증상이 좋아진다.

문제는 약물 치료가 환자가 느끼는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대증요법일 뿐 병의 뿌리를 뽑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약 먹기를 중단하면 6개월도 못가 십중팔구 재발한다. 투약 중단 후 6개월 내 재발률이 약 80%나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한두 달 초기 치료를 한 후 복용량을 줄여서 장기간 유지시키는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장기간 약 복용에 따른 부작용은 크게 없는 것으로 돼 있다.

다만 증상이 심한데도 치료를 소홀히 하면 식도궤양과 식도협착, 심지어 식도암까지 자초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해 자신의 상태에 가장 적합한 약이 어떤 종류이고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써야 하는지 등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약물치료로 치료가 어려울 때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수술은 식도와 위 사이에 있는 하부식도 괄약근의 조이는 힘을 조절해주는 방법, 흉부와 복부를 구분하는 횡격막의 틈을 복강경수술로 막아주는 방법(항역류 수술)이 있다.

최근에는 고주파 열에너지로 하부식도와 상부위장관 접합부 내 점막을 지져서 하부식도 괄약근을 강화시켜 위산이 역류, 거품 형태로 정체되지 않게 해주는 시술도 시행되고 있다. 항역류 수술의 증상개선 효과는 92%로 조사돼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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