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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뇌동맥류·뇌동정맥기형 수술 않고 치료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뇌혈관센터장 최인섭 박사가 심·뇌혈관질환 인터벤션 시술실에서 정기검진에서 우연히 발견된 뇌동맥류를 어떤 방식으로 제거할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최현규 기자


바야흐로 겨울에서 봄으로 접어드는 환절기다. 이 시기에 가장 조심해야 할 질환은 돌연사를 부르는 심·뇌혈관질환, 그중에서도 ‘뇌동맥류’가 첫손으로 꼽힌다.

뇌동맥류는 뇌혈관의 일부가 풍선이나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부푼 만큼 파열 위험이 커진다. 잦은 꽃샘추위와 하루 중 기온이 10℃ 이상 벌어지는 일교차 등 변덕스러운 환절기 날씨가 파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만5713명이던 국내 뇌동맥류 환자 수는 2016년 약 2.7배인 7만828명으로 증가했다. 발병연령은 평균 53세로 조사됐다. 연령별 분포는 40∼60세의 중·장년층 54.7%, 60세 이상 32.6%, 39세 이하 12.7% 등의 순서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뇌혈관센터장 최인섭 박사의 도움말로 뇌동맥류와 뇌동정맥기형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뇌혈관중재술에 대해 알아본다. 최 박사는 40여년간 미국에서 신경방사선과 전문의 및 교수로 활동하며 명성을 쌓은 신경·혈관중재술 분야 석학이다. 세계신경방사선학회 창립멤버로 2001년 학회장 재임 시 서울에서 정기총회 및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현재 터프츠대 방사선과 교수와 라헤이클리닉 중재적 신경방사선과 과장을 겸하고 있다.

그는 1972년 서울대 의대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가 세인트클레어병원과 브롱크스 베테란스 어드미니스트레이션 메디컬 센터에서 인턴 및 진단방사선과 전공의 수련을 마쳤다. 1980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운트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신경방사선과 전임의를 시작으로 뉴욕대 메디컬센터, 벨레뷰병원, 하버드의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보스턴 어린이병원, 매사추세츠 눈귀 병원, 브리검여성병원, 터프츠대 라헤이클리닉, 다트머스 히치콕 메디컬센터, 뉴잉글랜드 메디컬센터 등 미국 내 유명 병원의 신경방사선과를 이끌며 많은 뇌혈관중재시술에 참여했다.

Q. 뇌혈관중재술이란.

A.
뇌혈관중재술(腦血管仲裁術)은 한마디로 뇌혈관이나 뇌로 들어가는 혈관에 발생한 질병을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시술이다. 혈관 속으로 가느다란 도관(카테터)을 투입하고 금속성 그물망(스텐트)이나 코일을 설치해 파열 위험을 막는다.

시술 도구로 쓰이는 카테터나 가는 철사(가이드 와이어)의 발달에 힘입어 적용 영역이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선천적 기형으로 어린이에게 주로 나타나는 뇌혈관 질환인 동정맥기형과 뇌동맥류 제거 시 주로 사용된다. 파열로 인한 뇌출혈 위험을 방지하고 심한 두통이나 간질, 마비 현상 등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시술은 넓적다리 부위에 국소 마취를 하고 대퇴동맥에 가이드 와이어를 넣은 후 그 철사를 따라 카테터를 삽입, 없애고자 하는 질병이 존재하는 뇌혈관까지 밀어 넣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혈관 속에는 감각이나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없어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은 거의 없다.

Q. 뇌동맥류의 중재시술은 어떻게.

A.
뇌동맥류는 뇌 속에서 동맥이 갈라지는 분지에 잘 생긴다. 왜 그런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혈류가 지속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그런 게 아닐까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에 유전적·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 동맥류가 생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환경적 요인은 고혈압과 흡연이다. 뇌동맥류가 발견된 환자의 약 46%가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고가 있다.

뇌동맥류 파열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60% 이상이 꽈리 모양으로 볼록하게 부푼 혈관의 크기가 10㎜ 이하다. 혹이 하나 더 얹혀있는 눈사람과 같은 모양일수록, 또는 울퉁불퉁한 모양일수록 터질 확률이 높다. 40세 이상에서, 남성보다 여성에서 파열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 8개 대학병원에서 뇌동맥류 진단을 받은 1996명의 진료기록을 분석한 대한뇌혈관외과학회 보고서에도 여성이 전체의 61.9%를 차지, 남성보다 많았다.

위치나 모양,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크기가 5㎜ 이상이고 뇌간 부위와 인접한 혈관에 있을 때는 파열 시 뇌에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5㎜ 이상 크기 뇌동맥류는 파열 예방 목적으로 발견 즉시 제거하는 게 원칙이다. 뇌동맥류는 파열 자체도 대단히 위중한 상황일 뿐만 아니라 파열 후 어렵게 생명을 구한다 해도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위험성이 크다. 뇌동맥류는 CT(컴퓨터단층촬영)와 MRI(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부푼 동맥류가 내압을 못 이겨 터졌을 때는 수술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파열 전에 발견된 뇌동맥류는 뇌혈관중재술로 치료한다. 볼록하게 튀어나온 꽈리 부분을 집게로 집듯 묶어주는 결찰술과 혹 속에 코일을 집어넣어 더 이상 피가 흘러들지 않게 막아주는 색전술이 있다.

고혈압 흡연 중·장년층 여성 등 뇌동맥류 발병 위험인자를 가진 그룹에 속한다면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안전하다. 특히 격심한 두통을 갑작스레 경험한 적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뇌혈관질환 전문가를 찾아 점검을 받아보는 게 좋다.

Q. 뇌동정맥기형은 어떻게 치료하나.

A.
뇌동정맥기형은 뇌 발생 과정에서 동맥과 정맥 사이에 정상적으로 발생해야 할 모세혈관이 생기지 않은 탓으로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의 일종이다. 뇌동맥에서 뇌정맥이 바로 연결돼 한 덩어리를 이루는 혈관기형이다.

환자들은 피가 뇌정맥에서 뇌동맥으로 역류해 뒤섞이면서 심한 두통과 간질 발작 등 이상 증상을 겪는다. 더 진행되면 뇌동맥류와 같이 한 덩어리를 이룬 동정맥기형이 뇌 속에서 터져 뇌출혈을 일으킨다.

이 같은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대개 20∼40세 무렵이다. 이 시기에는 아직 파열되지 않은 뇌동정맥기형이 파열돼 뇌출혈을 일으킬 확률이 매년 2∼3%씩 높아진다. 뇌동정맥기형 환자 10명 중 약 3명은 뇌출혈 발생 전에 간질 발작을 먼저 일으켜 발견된다.

최 박사는 “동맥혈이 뇌 조직으로 흐르지 않고 바로 정맥을 통해 빠져나가는 단락(shunt) 현상 때문에 뇌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간질 발작도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뇌CT, MRI, MRA 검사, 뇌혈관조영술 등으로 진단한다. 역시 과거엔 수술로만 치료했으나 최근에는 혈관 내 색전술 등 혈관중재술이나 방사선요법 또는 이 모든 치료법을 결합한 시술로 치료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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