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불황 끝’ 알리듯 그녀 옷에 피어난 ‘꽃무늬’… 올봄 유행 예감

올봄 여성복은 꽃무늬가 점령했다. 소재는 PVC가 특히 눈에 띈다. 왼쪽부터 ‘미스지컬렉션’ ‘마르니’ ‘ 드리스 반 노튼’ ‘블리다’가 봄옷으로 선보인 꽃무늬 패션들과 ‘아크네 스튜디오’의 PVC 소재 상의. 각 브랜드 제공


장기 불황에 무난한 스타일 이어졌지만 올봄 대담·화사한 꽃무늬 대거 선봬
오버사이즈 아우터 등 디자인은 중성적… 다양한 색감의 광택 PVC 소재도 인기


봄이다. 봄은 꽃이다. 올봄의 꽃은 경남 진해나 서울 여의도 윤중로보다 여성의 옷에서 먼저 피어날 것 같다. 올봄 여성복의 대표 패턴으로 떠오른 꽃무늬는 그 어느 때보다 화사하고 대담해졌다.

LF ‘헤지스여성’ 디자인실 크리에티브 디렉터 백희수 상무는 4일 “파스텔톤을 중심으로 화사한 색상과 플라워 패턴이 뜰 것으로 보인다”면서 “장기간 지속돼 온 불황 속에 한동안 무난한 스타일이 여성복 시장의 주류로 자리해왔으나 올봄에는 다소 화려하고 모험적인 스타일이 대거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봄 패션의 주인공으로 꽃무늬가 꼽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랜드 ‘돌체 앤 가바나’는 하늘거리는 드레스에 마치 하나의 정원을 연상시키듯 빨강 노랑 핑크의 다양한 꽃 모양을 정교하게 표현했다. 일본 디자이너가 이끄는 ‘사카이’는 아기자기한 꽃무늬가 놓인 시폰 블라우스를 선보였다. 블라우스나 드레스뿐만이 아니다. 엠마누엘 웅가로는 트렌치코트에도 흐드러지게 핀 커다란 붉은색 꽃을 프린트했다. 마르니는 중성적인 디자인인 피케 셔츠에도 큼지막하고 화사한 하늘색 꽃을 앉혔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도 2018 봄여름 서울 컬렉션에서 다양한 꽃무늬 패션을 내놓았다. ‘미스지컬렉션’은 드레스와 바지, 롱블라우스 등을 한 장의 캔버스 삼아 꽃을 화사하게 표현했다. ‘블리다’는 잔잔하지만 꽃대까지 있어 자연스러운 꽃무늬가 프린트된 원피스와 블라우스를 런웨이에 올렸다. ‘순수’는 그래픽 디자인 처리해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꽃무늬가 프린트된 원피스를 내놨다.

내셔널 브랜드에서도 꽃무늬가 주인공이기는 마찬가지다. ‘구호’는 올 봄여름 시즌 콘셉트를 ‘산책’으로 정하고 봄날 정원의 느낌을 형상화한 플라워 프린트 상품들을 대거 선보였다. ‘르베이지’도 봄을 알리는 ‘플라워 블룸(Flower Bloom)’을 주제로 다양한 꽃을 머금은 드레스, 블라우스, 팬츠를 선보였다. ‘베스티 벨리’는 시폰 소재에 화사한 꽃무늬가 가득 수놓인 원피스부터 블라우스 스커트 바지 등 다양한 디자인의 꽃무늬 패션을 선보였다. ‘샤트렌’은 화사한 꽃무늬 블라우스를 주력 상품으로 출시했다. SPA 브랜드도 꽃 잔치에 가세했다. ‘H&M’은 하늘하늘한 시폰에 파스텔톤의 꽃무늬가 잔잔하게 프린트된 롱원피스를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꽃무늬가 너무 여성스럽게 느껴져 부담스럽다면 단색 투피스에 블라우스만 꽃무늬를 입어보자. 세련된 오피스룩을 연출할 수 있다. 또 꽃무늬 시폰 원피스에 단색의 롱베스트를 같이 입으면 멋과 함께 보온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갖고 있는 단색 의상에 꽃무늬 스카프만 둘러도 올봄 유행을 리드하는 멋쟁이로 거듭날 수 있다.

여성스러운 꽃무늬가 패턴의 왕좌를 차지한 반면 디자인은 중성성이 강화된다. ㈜신원의 여성복 ‘베스띠벨리’의 김지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자연주의와 모던하면서 감각적인 스타일이 혼재해 있다”면서 “특히 남성적인 오버사이즈 아우터 트렌드가 이번 시즌에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어깨를 강조한 남성적인 디자인에 러플, 플라워 아플리케 등의 여성스러운 요소가 더해져 중성화된 디자인이 사랑받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복과 스포츠웨어에서 차용한 디테일이 곳곳에 활용되는 것도 올봄 여성 패션의 특징이다. 남성 셔츠의 팔 부분을 잘라낸 스퀘어 셔츠 스타일의 원피스는 꼭 사야 하는 품목으로 꼽힌다,

올봄 특히 눈의 띄는 것은 소재다. 광택이 나는 PVC(폴리염화비닐) 소재 의상이 패션 피플을 유혹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옷이나 예전에 가수 박진영이 입었던 투명한 비닐 바지를 떠올리며 ‘아니겠지’ 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비슷하다. 좀 더 색감이 다양하고 디자인이 더해져 멋스러워지긴 했지만 크게 다르지 않다. 샤넬은 컬렉션에서 특유의 트위드 투피스 위에 우비 같은 투명한 비닐을 덧입힌 모델들을 런웨이에 세웠다. 루이비통도 로고가 잔뜩 새겨진 PVC 트렌치코트를 선보였다. 크리스천 디올은 검정 비닐 원피스를, 발망은 푸른색 비닐 셔츠를, 소니아 리켈은 검정 비닐 브라톱과 미니스커트를, 이자벨마랑은 검정 비닐 팬츠를 각각 내놨다. PVC는 가죽보다 가볍고 저렴하고 색상도 선명하다. 무엇보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만한 소재다. 하지만 통풍이 잘 안 된다는 게 문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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