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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에게 묻다] 암 치료+가임력 보존… 절제 범위 최소화가 좌우

한양대병원 부인암센터 최중섭 교수가 최근 지각 결혼 후 임신을 계획하다 난관암 진단을 받은 한 중년 여성에게 가임력 보존 암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암 치료를 받는 30대 여성들의 가임력 보존 여부가 우리 사회의 만혼 및 저출산 풍조와 맞물려 부인암 치료 의사들의 중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자궁암, 자궁육종, 난소·난관암 등 여성 생식기암들이 가임기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어서다.

한양대병원 부인암센터 최중섭(산부인과) 교수는 “40세 이전 암 진단 여성의 56%가 임신을 원하지만, 출산에 성공하는 경우는 10%도 안 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혹시 암 진단을 받고도 아기를 바란다면 치료계획을 세울 때부터 최적의 가임력 보존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26일 말했다.

최 교수는 아시아인 최초로 미국부인과내시경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는 등 복강경 부인암수술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전임의,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산부인과내시경 미세침습수술학회 및 대한부인종양학회, 대한자궁내막증학회 등의 국제교류·협력위원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4㎝ 이상의 침윤성 자궁경부암을 복강경하 근치적자궁적출술과 임파절절제술로 제거해도 치료 효과가 개복수술 못지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 미국외과학회지에 보고하는 등 국제 학술지에 6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07∼2014년 대한산부인과내시경학회 및 최소침습수술학회 최우수 포스터상을 3회, 대한산부인과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1회 수상했다.



Q 부인암의 종류와 발생빈도는?

A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7 국가 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부인암, 즉 한국인 여성의 생식기암 발생빈도는 자궁경부암, 난소·난관암, 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 순서다.

2015년 기준으로 한 해 동안 새로 발견된 우리나라 자궁경부암 환자 수는 3582명, 난소암 환자 수는 2443명이었다. 자궁체부암까지 다 합해도 한 해 1만 명 수준을 넘지 않는다. 자궁체부암 발생률은 난소암보다 꽤 낮은 수준이다.

자궁경부암의 원인은 성 접촉에 의한 인유두종 바이러스(HPV)의 감염이다. 너무 이른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하거나 성 파트너가 여럿인 경우에 감염 및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국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해마다 감소 중이다. HPV 감염을 막는 백신이 개발돼 예방접종이 이뤄지고 있고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은 전단계인 이형성증 상태에서 발견, 뿌리를 뽑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문제는 난소·난관암과 자궁체부암이다. 줄어드는 자궁경부암과 달리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경력단절 등을 이유로 임신과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지고 암 발생을 부추기는 비만 인구도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난소·난관암은 초경을 빨리 했거나 출산경험이 없는 경우, 지연 폐경 등이 고위험인자로 꼽힌다. 특히 BRCA1, 2와 같은 유전자 변이가 있을 때 발병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중 감소, 복수에 의한 복부팽만감, 구역감 등 이상 증상을 느낄 때쯤에는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자궁체부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궁내막암 역시 출산 경험이 없고 다낭성난소증후군, 비만 등이 있을 때 발암위험이 높아진다. 린치증후군(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과 같은 돌연변이 유전자가 있어도 발생률이 증가한다. 자궁내막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일어나는 질 출혈(부정출혈)이다.

여성 생식기암의 치료는 가능한 한 수술을 하는 게 원칙이다. 암의 위치에 따라 자궁과 양쪽 난소·난관 절제술과 골반림프절 절제술, 대동맥 주위 림프절 절제술 등이 있다. 암 조기발견자가 늘어나면서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만으로 시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수술 후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호르몬 치료 등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다.



Q 가임력 보존 치료는 어떻게?

A
가임력 보존 치료란 말 그대로 임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존해주는 치료를 가리킨다. 항암치료로 인해 약화될 수 있는 가임력을 항암치료 전에 미리 보존해 암 치료 후에도 임신이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최근 늦은 결혼과 출산 풍조로 우리나라 여성의 첫 출산연령은 평균 30세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암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초산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이 암 진단을 받는 일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암에 걸린 젊은 여성을 치료할 때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암 치료와 가임력 보존을 동시에 꾀하려면 무엇보다 암을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절제 범위를 최소화해 생식에 필요한 기능을 최대한 살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의 경우 복강경과 로봇을 이용해 원추형으로 경부를 절제하거나(원추절제술) 단순 자궁경부 절제술 후 추가 검사를 통해 위험요인을 감시하는 방법이 있다. 난소암에서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자궁과 암세포가 없는 쪽의 난소를 보존하는 수술이 가능하다. 이 역시 복강경을 이용, 난소 손상을 극소화하는 최소 침습 수술이 많이 이뤄진다.

물론 수술 후 결과에 따라 항암치료를 추가로 시행해야 할 때도 적잖다. 이때는 난자를 미리 채취, 동결 보존하다 암 치료 후 필요 시 녹여 사용하는 방법 등을 쓴다.

한 여성의 난소가 평생 배출하는 난자 수는 정해져 있다. 초경 후 한 달에 한 개씩 배란해서 50세 전후 폐경에 이르면 다 소모된다. 흔히 산부인과 의사들이 만 35세 이전, 즉 난소 안에 건강한 난자가 많이 남아있을 때 임신 시도를 권하는 이유다.

항암제 치료는 기본적으로 암세포처럼 활성이 큰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 치료다. 일반적으로 암세포 외에 위나 장내 표피세포와 모낭세포, 난소나 고환 내에 있는 생식세포들이 활성도가 높은 편이다.

활성도가 높다는 것은 항암제 치료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뜻이다. 항암치료를 하면 이런 세포들이 덩달아 죽는다. 구토 설사 탈모 증상이 나타나고 생식세포가 죽어 난자와 정자 수도 감소한다. 항암치료 후 가임능력이 저하되는 이유다.

물론 모든 항암치료가 임신능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아니다. 난소나 자궁을 건드리지 않으면 가임력이 유지된다. 여성 생식기 암을 극복하고 가임력을 보존하는 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가능한 한 암을 초기에 일찍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자궁과 난소·난관 기능을 최대한 살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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