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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들이 박수칠 때가 다음 리더십 세우기 고민할 때”

김병삼 목사가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목양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성남=신현가 인턴기자
 
만나교회 ‘미디어교회’ 사역 담당자들이 11일 주일 예배가 생중계되는 유튜브 대화창에서 접속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만나교회 제공


만나교회 김병삼(54) 목사는 최근 저서 ‘치열한 순종’(두란노)을 통해 지금 한국교회와 크리스천이 치열하게 회복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새해 들어선 주일마다 ‘우리 교회는 건물이 아닙니다’ ‘우리는 흩어지기 위해 모입니다’ ‘우리는 헌신하기 위해 모입니다’ ‘우리는 삶으로 예배합니다’와 같은 교회론 설교를 하고 있다. 목회 현장에서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본격적으로 던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은퇴를 거론하긴 이른 시점 같은데, 본격적으로 은퇴 준비를 하는 듯한 모양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만나교회 목양실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그는 “선배 목회자들이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회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때 미리 은퇴 이후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교인을 영적으로든, 시대적으로든 끌고 갈 수 있을 때 리더라 할 수 있는데, 어느 시점이 되자 목회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리더십을 잃어버리더라는 것이다. 그는 “성도들이 박수 칠 때, 리더십을 잃기 전에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나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목사들이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미국 유학 시절부터 목회 초창기까지 포스트모던 시대에 교회가 가진 건강한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유지하면서 이를 필요로 하는 교회에 이식하는 것이 대안이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재벌만큼이나 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팽배해 있어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고민 끝에 세상 속으로 잘 흩어지는 과정을 통해 교회를 다운사이징하는 방안을 시도키로 했다. 1만명이 출석하는 만나교회를 절반 수준인 5000명 규모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만나교회는 주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5부로 나눠 예배를 드렸다. 비는 시간엔 층마다 소그룹 모임을 하느라 하루 종일 교회가 빈 틈 없이 북적거린다. 김 목사는 “건물을 넓히는 대신 건물 활용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며 “오는 4월부터 토요일 예배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토요 예배를 주일 예배의 대안으로 적극 활용해 분산 효과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토요 예배를 통해 분립교회를 위한 인큐베이팅과 양육 지원도 강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당장 주일 예배 대신 토요일 예배를 드리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교회론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했다. 김 목사는 “주일 하루 예배드리는 신자의 삶이 아니라 매일 예배드리는 삶으로 바꾸어 나간다면 토요일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주일에는 선교적 교회로 나아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교회론 설교에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하던 성도들도 한 달이 지나자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만나교회의 이 같은 시도는 대형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한국교회에선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또 논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 목사는 미국에서 선교학을 전공하면서 끊임없이 시대에 걸맞은 교회에 대해 고민해 왔다. 유학 시절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교회 성장’을 주제로 논문을 썼을 만큼 교회 안보다 교회 밖의 시선에 관심이 많다. 그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큰 교회 건물을 보면, 나도 그 안에 들어가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정말 ‘스튜핏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됐다”며 “복음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런 차원에서 김 목사는 은퇴 이후 교회를 준비하는 문제와 더불어 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에 대한 나름의 대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종교인 과세 문제를 들었다. 그는 “이미 세금을 낸 사람들이 낸 헌금에 또 세금을 부과하는 건 이중과세로 볼 수 있어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아무리 항변해도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선 기독교인인 우리가 손해를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물론 교회 안의 20∼30대가 이해 못 하는 예외 적용을 요구할 게 아니라 세상의 요구에 따르고, 그 과정을 통해 자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목사는 “지금 이 시대 교회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은 우리 모습은 이런데 왜 밖에선 이렇게 봐 주지 않느냐고 억울해할 게 아니라 세상이 바라는 교회의 좋은 모습이 우리의 진짜 아이덴티티(identity)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만나교회 ‘미디어교회’는
온라인으로 예배드리는 사람들에게 공동체 마련


만나교회는 오는 4월부터 ‘미디어교회’를 시작한다. 스마트폰 등장 초창기부터 디지털 환경 변화에 걸맞은 목회 방향을 고민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미디어를 활용해온 김병삼 목사의 목회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김 목사는 “갈수록 온라인으로밖에 예배드리지 못하는 환경이 늘고 있다”며 “‘선교적 교회’ 일환으로 홀로 온라인상에서 예배드리고 가는 이들에게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년층 성도부터 해외 체류 중인 사람, 주일에도 근무하는 직장인이나 소위 가나안 성도까지 많은 이들이 교회를 찾는 대신 온라인 예배나 설교를 찾는 시대다. 실제로 만나교회의 동영상 예배 조회 수는 월평균 10만회 이상이다. 성도 숫자보다 훨씬 많다.

현재 교회에서 이 사역을 담당하는 목사는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주일 2·3부 예배 때 대화창에 들어가 접속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400∼500명 정도 대화방에 들어오는데 자연스럽게 기도 제목을 나누고,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답변도 해주고 있다. 미디어교회 페이지와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4월 본격 오픈할 계획이다.

김 목사는 “우선 미디어교회에서 지속적으로 예배를 드리도록 하고, 교인으로 등록하면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해 크리스천 베이직 교육도 제공할 것”이라며 “다양한 성경공부 영상 콘텐츠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정 기간 지속되면 오프라인 모임과 찾아가는 예배 등을 통해 오프라인 교회로 연결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는 사역이다.

김 목사는 “이제 신학대학원을 막 졸업한 목회자들이 교회를 개척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컴퓨터 하나로 목회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원하는 목회자들과 협약을 맺어 시스템과 만나교회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성남=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사진=신현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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