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컨슈머리포트] 불고기양념 “오뚜기, 염도·당도 조화 탁월”… 4개 항목 최고점






 
서울 종로구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인사동 호텔 테이스트 레스토랑에서 지난 8일 5개 브랜드의 소불고기 양념과 이 양념으로 재어 조리한 불고기를 맛보면서 비교·평가하고 있는 셰프들. 왼쪽부터 정회훈·김민지·이새롬 셰프, 박상현 주방장, 송민석 셰프. 곽경근 선임기자


원액 맛 본 다음 조리 후 불고기 먹으면서 비교 평가
CJ, 연육작용·풍미 등 모두 고른 점수… 가격도 저렴
사조해표는 원액 밸런스 뛰어나지만 윤기가 떨어져
이마트, 요리 대가 소스 썼지만 입맛 사로잡지 못해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예전처럼 밤새 손바느질로 명절빔을 만드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음식은 준비하게 마련이다. 설날 아침상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떡국이다. 그리고 주연만큼 빛날 조연은 불고기가 아닐까. 먹을거리가 풍부해진 요즘도 특별한 날 식탁에는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다. 시중에는 소불고기 양념들이 나와 있어 엄마 손맛이 듬뿍 담긴 맛있는 소불고기를 손쉽게 만들 수 있다. 국민 컨슈머리포트에선 어떤 브랜드 양념이 감칠맛을 더해주는지 평가해보기로 했다.

5개 브랜드 소불고기 양념 평가

소불고기 양념은 냉장유통 제품도 나오지만 상온유통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상온유통 소불고기 양념을 평가해보기 위해 시장점유율 상위 브랜드를 알아봤다. 시장조사 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2017년 소불고기 양념 시장 점유율 1위는 CJ제일제당으로 전체 시장의 53.8%를 차지했다. 2위는 대상으로 40.1%. 3위는 오뚜기로 5.5%였다. 나머지(0.6%)는 기타 브랜드와 PB 브랜드들이 차지하고 있다.

시장점유율 1, 2, 3위 브랜드들은 2∼4가지의 소불고기 양념을 내놓고 있어 각사 마케팅팀에 대표 제품을 추천받았다. CJ제일제당은 ‘백설 소불고기 양념’(500g·3180원), 대상은 ‘청정원 담백한 불고기 양념’(500g·3300원), 오뚜기는 ‘과일담은 소불고기 양념’(480g·2420원)을 각각 추천해 왔다. 여기에 사조해표의 ‘한상담은 소불고기 양념’(280g·2350원), PB 브랜드인 이마트 ‘피코크 소불고기 양념’(500g·4480원)을 추가했다. 평가 대상 제품은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농수산물시장 내 다농마트와 이마트 은평점에서 구입했다.

평가를 맡은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인사동 호텔 박상현 주방장은 “소불고기 양념은 불고기를 재서 조리한 다음 평가해야 한다”고 조언해 이날 정육점에서 한우 불고기감도 구입했다. 150g씩 따로 포장해 5개 브랜드의 소불고기 양념 제품 설명서에 적힌 용량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상온에 1시간쯤 두어 양념이 배어들게 한 다음 냉장보관했다.

원액의 풍미, 조리한 불고기 색깔과 윤기, 연육작용 등 4개 항목 평가

소불고기 양념 평가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옥마을에 위치한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인사동 호텔 테이스트 레스토랑에서 진행했다. 이날 오전 미리 재어 둔 불고기를 <1>∼<5> 번호표가 붙은 지퍼팩에 담아 주방에 전달했다. 테이스트 레스토랑은 지난 1일부터 매주 목·금·토요일에 디너 뷔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오픈한 디너 뷔페에서는 소고기 토시살구이와 특제 새우장을 비롯해 다채로운 30여 가지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특히 토시살은 소 한 마리에서 550g 정도만 얻을 수 있는 희소 부위로 담백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1인 2만9000원(세금 봉사료 포함).

평가는 박 주방장과 테이스트 레스토랑의 송민석·정회훈·이새롬·김민지 셰프가 맡았다. 평가 직전 주방에서 불고기를 조리해 <1>∼<5> 번호표가 붙은 접시에 담아내 왔다. 양념 원액도 <1>∼<5> 번호표가 붙은 투명한 유리컵에 덜어 함께 내놨다.

박 주방장은 “원액의 상태에선 맛의 밸런스를 살펴보고 조리한 상태에서 불고기의 색깔과 윤기, 연육작용, 불고기와 양념이 조화를 이뤘는지 그 풍미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4개 항목별 평가를 바탕으로 1차 종합평가를 한 다음 원재료 평가를 했다. 영양 구성은 이마트 피코크 양념만 표기돼 있어 평가에서 제외했다. 가격을 공개한 다음 최종 평가를 했다. 모든 평가는 제일 좋은 제품에 5점, 상대적으로 제일 떨어지는 제품에 1점을 주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했다.

맛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불고기 나눔용 젓가락 5세트와 개인용 포크 25개, 양념 원액을 떠먹어볼 수 있는 일회용 스푼 25개를 준비했다. 셰프들은 우선 원액의 맛을 본 다음 조리한 불고기를 먹으면서 비교 평가했다. 양념 소스와 불고기, 각각의 맛이 섞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이사이 물을 먹어가면서 평가하던 셰프들은 “조미료 맛이 강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 주방장은 “소스를 구입해 사용할 때는 제시된 용량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양념이 지나치게 강해 불고기의 맛을 해칠 수 있다”면서 “남은 소스는 소분해 냉동실에 보관해놓고 쓰라”고 조언했다.

시장점유율 5.5% 브랜드의 대반란

소불고기 양념 평가에선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시장점유율이 5.5%밖에 되지 않는 오뚜기의 ‘과일담은 소불고기 양념’(5.04원, 이하 g당 가격)이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5점 만점(이하 동일)에 4.5점. 기본 평가 4개 항목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4.5점)에서 1위를 했다. 이번 평가에서 원재료는 큰 변별력이 없었다. 주재료의 하나인 간장이 수입산인데다 대부분 다양한 첨가물이 들어 있어 큰 차이가 없었다. 평가 대상 중 가장 저렴해 가성비가 뛰어났던 오뚜기 불고기 양념은 최종평가에서 1위 자리를 지켰다. 박 주방장은 “염도와 당도의 조화가 뛰어났고 과일과 채소의 향도 적당하며 가격도 만족스럽다”고 호평했다.

2위는 시장점유율 1위 CJ제일제당의 ‘백설 소불고기 양념’(6.36원). 최종평점은 3.6점. 원액의 밸런스(3.2점), 불고기의 색과 윤기(3.0점), 연육작용(3.2점), 풍미(3.6점) 4개 항목에서 평균 이상의 점수를 받았다. 4개 평가 항목에서 고른 점수를 받은 백설 양념은 1차 종합평가(3.4점)에서 2위를 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었던 백설 양념은 최종평가에서도 2위를 유지했다. 이새롬 셰프는 “원액에서는 간장 맛이 너무 강하게 났지만 조리 후에는 감칠맛이 나며 윤기도 적당해 좋았다”면서도 연육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3위는 시장점유율조차 잡히지 않은 사조해표의 ‘한상담은 소불고기 양념’(8.39원)이 차지했다. 최종평점은 3.2점. 원액의 밸런스(4.0점)는 뛰어났고 연육작용(3.0점)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불고기의 색과 윤기(2.6점), 풍미(2.8점)는 처져 1차 종합평가(3.0점)에서 3위를 했다. 김민지 셰프는 “과일의 맛이 강한 대신 마늘과 후추향이 약해 풍미가 덜 느껴진다”고 평했다.

4위는 이마트 ‘피코크 소불고기 양념’(8.96원). 최종평점은 2.2점. 한식요리 대가 심영순씨의 향신장과 불고기 소스를 재료로 썼으나 셰프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했다. 불고기의 색과 윤기(3.0점), 연육작용(3.4점)은 좋은 편이었다. 원액의 밸런스(2.4점)와 불고기의 풍미(2.0점)에서 뒤처졌던 피코크 양념은 1차 종합평가(2.6점)에서 4위를 했다. 정회훈 셰프는 “짠맛과 단맛이 강해 불고기의 풍미를 떨어뜨리고 가성비도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제품은 평가 대상 중 가장 비쌌다.

시장점유율 40%가 넘는 대상의 ‘청정원 담백한 불고기 양념’(6.60원)은 5위에 머물렀다. 최종평점은 1.5점. 4개 항목 모두에서 최저점을 받으면서 1차 종합평가(1.5점)에서도 최하위였다. 송민석 셰프는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지 않고 짠맛, 단맛이 부족하고 과일향도 모자라다”면서 아쉬워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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