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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요”… 정우, 故김주혁을 추억하던 젖은 두 눈 [인터뷰]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에서 고 김주혁과 호흡을 맞춘 정우. 그는 “매 작품마다 ‘사람’에 대해 더 배우고 알게 된다. 이번 작품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흥부 역의 정우(오른쪽)가 조혁 역의 김주혁과 함께한 극 중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흥부’에서 천재작가 흥부 역 맡은 정우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 준 선배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됐죠”

난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가 늘 고민”


“고(故) 김주혁 배우와 함께해서 행복했습니다.”

새까만 스크린 위 하얀 글씨들이 덩그러니 뜬다.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감독 조근현)의 엔딩크레디트 문구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김주혁이 남긴 두 편의 유작 중 먼저 공개된 작품. 화면 속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는 그가 부쩍 반갑고도 아리다.

3개월여간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배우 정우(본명 김정국·37)로서는 더욱 사무칠 수밖에.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시사회 때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자세한 감상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아요. 촬영 때 기억들이 많이 떠오르더라고요. 아무래도 선배님 생각이 제일 많이 나죠.”

‘김주혁’이란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평소와 달리 그의 대답에는 이따금 망설임이 느껴졌다. “선배님과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을 말씀드리고 싶은데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사실, 촬영할 때보다 (김주혁을 떠올리며 영화 홍보를 해야 하는) 지금이 더 힘드네요.”

우리가 익히 아는 고전소설을 재해석한 ‘흥부’는 예상과 다른 전개를 펼친다. 조선 팔도에 이름난 천재작가 흥부(정우)가 기구한 운명에 처한 한 형제에게 영감을 얻어 ‘흥부전’이라는 소설을 집필하는 이야기다. 백성들의 정신적 지도자 조혁(김주혁)과 그와 반대로 권력욕에 취한 형 조항리(정진영)가 그 주인공. 이들이 극 중 실질적인 ‘흥부와 놀부’인 셈이다.

영화에서 흥부는 조혁을 만나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다. 부모 잃은 아이들과 가난한 백성들을 돌보는 그의 삶에 자연스럽게 감화되는 것이다. 실제로도 정우는 김주혁을 버팀목으로 삼았단다. 그는 “김주혁이란 배우가 가진 힘이 있다. 그걸 온전히 느끼면서 연기했다. 존재만으로 의지가 되더라. 항상 묵묵히 지켜보며 응원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정우에게는 첫 사극 도전이었다.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서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캐릭터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흔히 떠올리는 흥부 이미지를 비튼 것 또한 참신하게 다가왔다”며 “시나리오가 열려있어 세부설정을 잡아나갈 수 있었다. 관객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일반 사극톤이 아닌 캐주얼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고, 벽에 부딪혔다. 정우는 “이번 작품을 찍으며 자괴감을 많이 느꼈다. 유독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극 중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성장해나가는 역할이었는데, 그 감정의 깊이가 매번 깊어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저 같은 경우는 (작품을 찍을 때) 한 장면을 위해서 달려가거든요. 감정이 폭발하는 클라이맥스 신을 위해 매 장면 대사나 행동의 이유와 명분을 계속해서 만드는 거죠. 근데 이번엔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확신을 갖고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아직 내공이 부족한가 봐요(웃음).”

영화는 난세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극 중 김주혁이 남기는 마지막 메시지도 결국 “지치지 말고 꿈을 꾸라”는 말이다. 연기경력 18년차인 정우 또한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있다”고 했다.

“어릴 땐 신인상 받는 게 꿈이었어요. 영화 ‘바람’(2009)으로 그 꿈은 이뤘죠. 지금은 ‘어떤 배우가 될 것인가’ 고민하는 중이에요. 그렇다면 어떤 배우가 좋은 배우인가, 고민의 연속이죠. 매 작품마다 제 자신을 돌아보고 자책해요. 그런 채찍질이 저의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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