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戰 격전지, 평화의 둥지로… 北숙소 ‘인제스피디움’ 르포

5일 오후 강원도 인제군 인제스피디움 호텔 앞 기둥마다 북한 응원단을 환영한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인제=김성훈 기자


응원단·기자단 기다리는 인제스피디움

인제 읍내서 차량 30분 거리
인적 없어 적막감 속 긴장감
경찰 곳곳 배치 삼엄한 경계

기둥마다 각종 환영 현수막
정부합동지원단 이미 가동
직원 식당은 가건물 신축 중


강원도 인제군 읍내에서 차를 타고 30분 가까이 산을 넘어야 만날 수 있는 인제스피디움. 5일 이곳은 적막감 속에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북한 예술단 선발대가 이날 온다는 보도에 호텔 프런트 직원은 체크아웃을 독려했다. 일반인 투숙은 제한됐고 호텔과 콘도 곳곳에 경찰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펼쳤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을 제외한 북한 응원단, 예술단 기술진,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 등이 인제스피디움에 여장을 풀 계획이다. 주변이 온통 산인 탓에 인적도 드물었다. 호텔 객실에서 창밖을 보면 마치 요새에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북측 관계자들이 머물) 숙소로 선정된 이유가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외부와 고립된 환경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제스피디움과 가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입구 앞에는 기둥마다 ‘북측 응원단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입구에는 전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응원단이 내건 구호인 ‘우리는 하나다’라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도 걸렸다. 호텔 측에서 북한 응원단 방남(訪南)에 맞춰 전날 급하게 달아놓은 것이다.

북한 응원단 등 관계자들은 인원을 나눠 호텔(객실 134개)과 콘도(객실 118개)에서 각각 숙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제스피디움이 속한 태영그룹 내 계열사인 블루원리조트 관계자는 “콘도의 경우 방 하나에 2명씩 숙박할 예정”이라며 “객실별로 최소 4명, 최대 10여명이 투숙할 것 같다”고 밝혔다. 콘도의 경우 79.3㎡, 115.7㎡, 175.2㎡의 객실이 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가 숙소 관련 정보를 제공하면 북한 당국이 방 배정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호텔과 콘도 각 1층에 마련된 식당에서 식사를 할 계획이다. 호텔 입구로 들어와 우측과 좌측에 각각 마련된 식당과 연회장에서 한 번에 총 384명이 식사할 수 있다. 콘도의 경우 60여명이 가능하다. 인제스피디움에서 뷔페식으로 음식을 제공한다.

화급한 준비 상황을 반영하듯 콘도 앞에는 기존 고용 인력들이 식사를 할 수 있는 간이식당도 만들어지고 있었다. 북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한 일종의 격리 조치로 풀이된다. 내부에는 식당의 회색 플라스틱 등받이 의자가 400개 정도, 8∼10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원형 테이블이 30개쯤 보였다. 공사에 여념이 없던 한 직원은 “5일 전부터 급하게 공사를 시작했다”며 “북측 사람들이 오기 전 공사를 마무리하고 올림픽이 끝난 뒤 건물을 철거한다”고 말했다.

북측 인사들이 대거 방남함에 따라 관계 당국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인제스피디움 호텔 1층에는 지난주부터 정부합동지원단이 본래 카페가 있던 곳에 파티션을 세우고 ‘관계자 외 출입금지' 팻말로 독립공간화하고 상황실을 설치했다. 경찰, 국가정보원, 소방대원, 통일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들이 24시간 상시 대기 체제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인력도 대거 투입됐다. 서울 한 경찰서 보안계 형사는 “전국에서 경찰들이 다 왔다”며 “북한 응원단이 머물 때까지는 계속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인력 100여명이 이곳에 투입됐다. 지난달 말 윤용복 북한 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선발대가 시찰왔을 때도 경찰은 2인 1조로 호텔 곳곳에 빈틈없이 배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특별한’ 손님맞이에 기존 고용 인력들의 불편도 없지 않다. 서킷(레이싱용 경기장)을 청소하는 50대 미화원 여성 A씨는 “콘도에 있는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4일 오전 9시부터 입장이 통제됐다”며 “우리 같은 미화원들은 어디서 식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는 또 “북한 사람들이 말을 걸어도 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인제스피디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북측 인사 관련 교육을 한 차례 실시했고, 지난 2일에는 서울의 한 유명 사립대 교수를 불러 한 시간쯤 교육했다”고 설명했다. 주로 북측 인사들을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들을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1951년 북한군을 맞아 밀고 밀리는 격전이 벌어진 인제군은 67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반갑게 북한 관계자들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인제=손재호 김성훈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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