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먼저 말 걸지 말고, 손가락 쓰지 말고”… 北손님맞이 ‘직원교육’

북한 응원단 등이 이용할 호텔 내 식당 전경. 인제=김성훈 기자


北대표단 숙소 인제스피디움 ‘직원교육’ 보니

北서 손가락질은 불손 행위
불필요한 분란 미연에 차단


강원 인제스피디움 소속 직원들은 5일 북한 응원단 등을 맞이하기에 앞서 ‘북한 고객’에 대한 접객 요령을 교육받았다. 호텔은 직원들에게 “북측 인사에게 먼저 말을 걸지 말고, 말을 걸어오더라도 가급적 짧게 대화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컸던 만큼 불필요한 분쟁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인제스피디움의 한 상점 직원은 “북측 인사의 주문을 받는 과정에서 손으로 뭔가를 가리킬 때에도 조심하라고 배웠다”고 말했다. 특정 상품을 주문하더라도 멀리서 가리키지 말고, 되도록 직접 물건 앞으로 가서 ‘여기 있습니다, 손님’이라고 응대하라는 지침이었다. 단순히 서비스 정신을 강조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문화적 특성까지 고려한 지침이다.

한 새터민은 “북한에서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키는 것은 불손한 행위로 간주된다”며 “특히 김일성 부자의 초상 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은 정치범으로 몰릴 정도로 심각한 범죄였다”고 설명했다. 무심코 북한의 체제·지도자와 관련된 초상휘장 등을 가리킬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지침으로도 해석된다. 북한연구학회 회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거 금강산 관광 때 북한에 간 관광객들이 손가락으로 구호 등을 가리키면 북한 내부에서는 불경스럽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합동지원단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에 공문을 보내고 북측 인사들을 접할 때의 주의사항을 교육한 바 있다. 체제와 이념, 핵개발 등을 소재로 대화하며 괜히 자극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주요 인사를 함부로 부르지 말고, 김일성 부자 배지를 요구하지 말라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인제스피디움 내부에서는 이러한 긴장감과 함께 ‘여성 맞춤형’ 소비를 준비하는 기대감도 포착됐다. 상점 직원들은 북한 응원단에 여성이 많은 만큼 화장솜과 폼 클렌징, 생리대 등 여성 관련 용품이 많이 팔릴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 고객들을 대한 경험이 후일 통일이 됐을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직원도 있었다.

인제=손재호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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