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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 “정신없이 달린 14년, 소중한 건 사람이었네” [인터뷰]

배우 류승룡. 첫 실사영화 ‘부산행’으로 1000만 흥행을 기록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을 통해 3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그는 이 영화에 대해 “평범한 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고, 나아가 그들을 응원하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프레인글로벌 제공
 
영화 ‘염력’에서 석헌(류승룡)이 초능력을 발휘해 하늘을 나는 모습. NEW 제공




3년 만에 ‘염력’으로 스크린 복귀한 류승룡

“평소 연상호 감독의 팬인 것도
영화 출연 결심하게 된 큰 이유”

좌충우돌하는 ‘한국형 히어로’
맨몸으로 부딪히며 촬영 고군분투


배우 류승룡(48)이 찍은 첫 영화는 ‘아는 여자’(2004)였다. 극 중 맡은 배역은 강도1, 단역이었다. 이후 그는 부지런히 충무로를 누볐다. 거침없는 기세로 필모그래피를 쌓아올리더니 1000만 영화 세 편을 척척 내놨다. 승승장구하던 그의 존재감이 뜸해진 건 3년 전쯤. 잇단 루머와 흥행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31일 개봉하는 ‘염력’(감독 연상호)에서는 절치부심한 류승룡을 만날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아빠(류승룡)가 위험에 처한 딸(심은경)을 구하기 위해 나서는 이야기. 영화에서 류승룡은 철거민 딸을 위협하는 용역깡패들을 소탕하는 소시민 석헌을 연기했다. 서툰 능력으로나마 정의를 위해 싸우는 ‘한국형 히어로’인 셈이다.

연상호 감독의 전작 ‘부산행’ 프리퀄 애니메이션인 ‘서울역’(2016)에 목소리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3년 만의 스크린 복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류승룡은 “설레고 긴장된다”며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행복하게 촬영한 작품입니다. 많은 분들에게도 그 행복감을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출연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장르적 호기심과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류승룡은 “평소 연 감독님의 팬이었던 데다 소재 자체가 기발하고 신선했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부당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에 맞서는 내용에서 통쾌함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초반부 석헌은 그저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하다. 빚보증을 잘못 서 가족을 떠나게 된 그는 건물 경비원으로 일하면서 홀로 근근이 먹고 산다. 공공의 편의보단 눈앞의 내 이익이 우선이고, 적당히 불의에 타협할 줄도 안다. 그러던 석헌이 달라지기 시작하는 건 딸 루미와 재회하면서다.

류승룡은 “만약 루미가 없었다면 석헌은 철거민들의 투쟁에 그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 자신을 건사하기도 버거운 사람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딸과의 약속이 그를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다. 딸에 대한 책임감이 타인을 아우르는 정의감으로 확장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맨몸으로 부딪히는 히어로 연기가 쉬웠을 리 없다. 아이언맨 같은 화려한 수트나 무기는 꿈도 못 꾼다. 있는 힘껏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온몸을 비틀어가며 초능력을 쓰고, 고층건물에 수차례 부딪히고 깨져가며 하늘을 난다. “거의 대부분 특수효과를 활용해서 직접 촬영했어요. CG를 덧입힌 화면은 그럴 듯한데 실제로 보면 엄청 웃기죠.”

‘염력’을 시작으로 바쁜 행보가 시작된다. 2년여간 개봉이 미뤄졌던 추창민 감독 신작 ‘7년의 밤’을 오는 3월 선보이고, 김은희 작가가 극본을 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출연도 확정지었다. 다만, 예전처럼 속도를 내진 않을 생각이다. “그동안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그는 “초심을 되찾고 싶다”고 했다.

연극배우 시절을 함께한 동료들의 입에서 ‘뜨더니 변했다’는 식의 얘기가 나온 3년 전 한 예능 프로그램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그 과정에서 여러 오해와 억측이 있었으나 그는 변명하지 않고 오히려 자기반성의 기회로 삼았다.

“제가 너무 조급했던 것 같아요. 나를 지키려는 방어기제가 작용해 과한 자신감이나 유쾌함으로 포장하기 바빴죠. 마음은 늘 공허했어요. 연기는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일인데, 나는 주변을 둘러볼 여유조차 없었던 거예요.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류승룡은 앞으로 이렇게 살아가리라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선후배 동료들과 밀어주고 당겨주며 협업해나갔으면 좋겠어요. 세월을 그려내고, 시대의 사명을 담아내고,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대신 울어주고 웃어주는 광대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죠.”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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