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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인의를 찾아서-강남세브란스병원 뇌혈관센터] 하이브리드 수술실… 뇌혈관질환 치료 ‘선도’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뇌혈관센터 다학제 협진팀의 주요 의료진. 왼쪽부터 신경과 이경열, 재활의학과 박윤길,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센터장).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뇌혈관질환은 암 다음으로 사망원인 2위에 올라있는 병이다. 크게 3종류가 있다.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반대로 혈관이 막히는 뇌경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변해 파열 위험이 높아지는 뇌동맥류와 뇌혈관기형 등이다. 어떤 형태든 발병 전에는 자각증상이 거의 없어 눈치를 챌 수가 없다는 게 함정이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경열 교수는 22일 “갑자기 말이 둔해지고 팔다리에 마비가 오거나 격심한 두통, 구토, 의식장애 등이 발생하면 뇌졸중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전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신경과 또는 신경외과가 개설돼 있는 병원을 찾아 뇌CT나 MRI 검사를 해봐야 한다. 특히 뇌경색은 발병 후 4∼5시간 안에 혈전(굳은 피) 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로를 뚫지 못하면 생명이 위험해지게 된다. 뇌출혈이 발생했을 때 역시 뇌 속에 고인 혈종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 처치가 늦어질수록 후유증도 커진다.

뇌졸중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제 그랬는가 싶게 정상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이라는 것이다. 이는 장차 다가올 뇌졸중이나 심근경색을 예고하는 위험신호로 간주된다. 이 교수는 “증상이 저절로 사라지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언제고 대발작으로 재현될 수 있다. 방심하지 말고 반드시 뇌혈관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뇌동맥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지는 ‘지주막하출혈’도 적잖이 발생한다. 바로 뇌동맥류라는 혈관기형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뇌혈관질환이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병원 도착 전 사망률이 약 50%에 이른다. 운 좋게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생명을 구한다 해도 심각한 장애를 안고 지내기 십상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는 “뇌동맥류는 조기 발견 시 수술로 제거하거나 코일 등으로 홈을 메우는 방법 등으로 파열 위험을 막을 수 있다. 누구든지 40세가 넘으면 5년 주기로 한 번씩 뇌혈관촬영(MRA)검사를 통해 뇌동맥류 같은 혈관기형이 생겼는지 여부를 체크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뇌혈관 질환은 동맥경화와 고혈압 당뇨 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 외에 고지혈증 흡연 비만 스트레스 등도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김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으로도 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잘 조절되지 않을 경우 전문가를 찾아 예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5년 개소한 뇌혈관 파수꾼

강남세브란스병원 뇌혈관센터는 2005년 문을 열었다. 뇌혈관 질환의 조기발견 및 치료를 위해 MRA검사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타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의뢰하는 환자들을 제대로 돌봐주기 위해서다. 센터는 2007년과 2011년에 뇌혈관질환 중환자실과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각각 증·개설하며 미세현미경 뇌수술과 뇌혈관 중재 시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신경외과 김용배 교수와 신경과 이경열 교수를 주축으로 영상의학과 서상현, 재활의학과 박윤길, 응급의학과 정성필 교수팀이 동참하는 ‘베스트(BEST) 협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뇌졸중이 의심되는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면 관련 부서와 연결해 빠른 시간 내에 검사 및 치료가 이뤄지도록 힘쓴다. 특히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정맥 내 혈전 용해제 투약은 응급실 도착 후 약 30분 이내에 진행한다. 늦어도 한 시간 이내 투약하도록 권고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졸중 진료지침보다 배 이상 빠른 대응이다.

혈전 용해제를 투약하거나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뇌혈관 중재술은 무척 어려운 시술이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시설과 경험이 많은 전문의가 없으면 시술이 불가능하다. 강남세브란스병원 뇌혈관센터는 2000년대 초반부터 영상의학과 서상현 교수를 중심으로 뇌혈관 중재 시술 관련 인프라 구축에 나서 언제라도 1시간 이내 뇌혈관 중재술을 시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뇌출혈의 경우 위치와 양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역시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물 또는 수술요법을 선택, 최선의 치료를 도모한다. 예컨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 출혈의 경우 뇌혈관 촬영검사 후 클립으로 터진 부위를 묶어주는 뇌혈관 결찰술 등으로 치료해준다.

김 교수는 “어떤 경우든 다학제 협진을 바탕으로 뇌혈관 질환에 관한 모든 치료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우리 뇌혈관센터”라고 자랑했다.

조사결과 2017년 한 해 동안 뇌경색증으로 이 센터를 방문, 응급 혈전 용해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총 835명이었다. 이들이 응급실 방문 후 혈전 용해 치료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34.9분이었다.

같은 기간 중 이 센터에서 시행된 뇌혈관조영검사 및 뇌혈관수술 건수는 각각 월평균 662건, 394건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뇌혈관 재활 연구도 활발

강남세브란스병원 뇌혈관센터는 각종 뇌혈관 질환자들의 조기 사회복귀를 돕는 재활치료 프로그램도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팀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운영 중이다.

재활치료는 뇌혈관 질환 치료 후 신경학적 증상과 혈압 등 활력 징후가 안정화되면 바로 시작된다. 약물치료를 포함해 물리치료와 작업치료 등의 치료적 운동, 적절한 보조기의 처방과 사용법 훈련, 심리·언어치료, 환자와 가족 대상 교육상담 등이 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재활치료의 하나로 시행된 작업치료 건수는 총 2만4264건, 운동치료 건수도 3만5474건에 이르렀다. 박 교수는 “지난해는 이보다 더 많아 10%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발병 초기엔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당황하던 뇌졸중 환자들도 적절한 재활치료를 받을 경우 70% 정도는 혼자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신체기능을 회복하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진료능력 못잖게 이 센터를 빛내는 것은 또 있다. 바로 활기찬 연구 활동이다. 특히 신경과 이경열, 신경외과 김용배, 영상의학과 서상현, 재활의학과 박윤길 교수팀은 해마다 3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해 단독 또는 공동연구 형태로 뇌혈관 질환자 진료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국내외 다른 의사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뇌혈관 계통 영문판 국내 학술지 ‘JCEN’에 경동맥 협착증의 치료지침을 처음으로 제시한 논문이다.

인체의 목에 위치한 경동맥은 뇌로 가는 혈액의 80%가 통과하는 중요한 혈관이다. 이 혈관이 혈전 등으로 좁아져 막히는 경동맥 협착증은 뇌경색을 유발하는 빌미가 된다.

이경열 김용배 교수팀은 영상의학과 서상현 교수와 함께 이를 약물요법 외에도 경동맥 내막절제술,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등 여러 치료법 가운데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지 경동맥 협착 정도에 따라 점수화하는데 성공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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