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바나나맛우유에 재미 입혀 대박”

빙그레 마케팅실 데어리 제품팀 이후성 팀장, 이수진 과장, 이현호 대리(왼쪽부터)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에서 바나나맛우유를 활용한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빙그레 제공


목욕탕에서 덥혀진 몸을 시원하게 해주던 한모금의 ‘바나나맛우유’. 노란 바나나맛우유에 얇은 빨대를 꽂아먹던 장면은 어느새 추억이 됐다. 그 추억이 새로운 모습으로 10, 20대를 열광시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하트 모양 빨대, 링거 모양 빨대부터 바나나맛우유 모양 핸드크림과 카메라 앱(애플리케이션) ‘단지캠’ 등 아이디어 보조 상품 덕택이다.

44살 바나나맛우유에 젊음을 더한 빙그레 마케팅실 데어리(Dairy)제품팀을 지난 18일 서울 중구 빙그레 본사에서 만났다. 팀의 모토를 ‘재미’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들은 ‘놀면서 먹을 순 없을까’란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빨대였다. 얇은 빨대로 감질맛나게 바나나맛우유를 먹던 모습에서 착안한 대형 빨대 ‘자이언트 스트로’는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 됐다. 자이언트 스트로로 두세 번만 빨아들이면 바나나맛우유 한 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타고 빨대 열풍은 거세졌다. 인스타그램에 인증샷을 올리기 좋은 하트 모양의 ‘러브스트로’, 링거 모양의 ‘링거스트로’와 매운 입 안을 식혀주는 ‘SOS 스트로’까지. 빨대를 이용한 바나나맛우유 광고 영상은 조회수 827만건으로 지난해 유튜브 인기 광고 7위에 올랐다. 이후성 팀장은 “유튜버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영상 콘텐츠가 1000건이 넘었다”며 “이용자들이 스스로 즐기는 것을 보고 성과를 실감했다. 먹는 걸로 장난쳤더니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바나나맛우유는 2012∼2015년 매출 정체를 겪었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를 포기하는 대신 마케팅팀을 새로 꾸렸다. 2013년 입사한 막내 이현호 대리와 5년 선배 이수진 과장, 7년 선배 이후성 팀장 사이에는 격이 없다. 빨대에 이어 바나나맛우유를 콘셉트로 꾸민 ‘옐로 카페’, 바나나맛우유 모양과 향을 더한 화장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는 꼬리를 물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바나나맛우유는 출시 이후 처음 매출 2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바나나맛우유는 기성세대도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바나나맛우유 캐릭터를 활용한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도 추진 중이다. 이수진 과장은 “바나나맛우유가 장수 브랜드이다보니 기존 것을 유지하되 꾸준히 새로운 자극을 주는 방법을 고민한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온 적 없던 향료를 이용한 새로운 맛 우유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