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도자는 처음… 트럼프의 1년] 관례는 다 깬다… ‘막가파 외교’에 살얼음판 지구촌

지난해 5월 2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시실리섬 타오르미나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앞서 참가국 정상들이 각국 국기 앞에 모여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네 번째)은 파리기후협약 이행에 단독으로 반대하고 자국 보호무역만을 내세우는 한편 폐막 기자회견에도 홀로 불참했다. AP뉴시스
 
지난 1년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의 만남에서 눈에 띄는 태도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3월 1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는 대화 중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등 대놓고 푸대접한 반면(위쪽 사진), 2월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는 두 손을 포개 잡으며 환영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AP뉴시스


<중> 글로벌 외교가 발칵 뒤집은 좌충우돌 행보

바닥까지 떨어진 美의 국격


이익에 도움 안된다고 판단 땐
어떤 우방이든 싸늘하게 돌변
최소한의 국제적 의무도 포기


극단적인 대북 메시지

“로켓맨”부터 군사옵션 언급까지
종잡을 수 없는 언행… 사태 악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예외적인 개입정책을 제외하고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동맹 관계를 훼손시켰고,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포기하거나 다자 협정을 파기하는 일을 서슴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미국의 대외적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주저앉았고, 이제는 아무도 그를 ‘세계의 대통령’으로 부르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그 틈새를 비집고 지난 1년간 중국과 러시아가 전 세계 곳곳에서 몸값을 높였다.

유럽 중동 아시아 곳곳서 충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전통적 우방인 유럽과 대립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에 일방적으로 방위비 분담금을 증액하라고 몰아붙이면서 언쟁을 벌였고, 유럽 각국 정상들과도 사사건건 충돌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에는 독일과 미국의 관계가 아주 돈독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거의 앙숙에 가까운 사이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도 불편한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하면서 사실상 ‘정상적인 리더’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그는 협정이 미국 경제에 불리하다면서 전 세계 200개 가까운 나라가 수년의 합의과정을 거쳐 체결한 협정을 하루아침에 파기했다.

아울러 미국을 비롯한 주요 6개국과 유럽연합이 함께 체결한 이란 핵협정 역시 수시로 파기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이 일제히 뜯어말리고 있지만, 올해 중 핵협정을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동에서는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으로 대부분 나라들과 적대적 관계가 됐다. 급기야 지난해 12월 영토분쟁 중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자 중동 전역으로 반미 시위가 번져나갔다. 게다가 시리아 내전이나 예멘 내전과 관련해서도 주도적 역할을 못해 중동에서의 주도권이 러시아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시아에서도 미국의 영향력이 급격히 쇠퇴했다. 10년 넘게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함께 치른 파키스탄에 군사 지원금을 끊으면서 관계가 냉랭해졌다. 동남아 각국도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속속 편입되면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정상화한 쿠바와의 외교 관계를 축소하거나 무역협정을 둘러싼 멕시코와의 대립을 비롯해 중남미 각국과도 척을 진 상태다.

그는 또 미국의 유엔 분담금을 축소하거나 인도적 차원의 팔레스타인 지원금까지 삭감하는 등 최소한의 국제적 의무도 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련의 고립주의로 인해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리더가 아닌 ‘전 세계 200개 나라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 문제보다는 국내 문제에 치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실추된 미국의 대외 위상이 회복되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 문제만 과잉 개입?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북한 문제를 미국 안보의 최우선 순위로 꼽았다. 그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무기력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며 ‘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명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럴 일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것과 달리 북한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자극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군사옵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는 첫 1년 동안 전쟁 직전 위기로 치달을 만큼 악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돌출발언으로 북핵 문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에 휩싸일 것’ ‘확 쓸어버리겠다’ 등의 표현을 쓰거나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자살 로켓맨’ ‘땅딸보’로 지칭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는 상당 부분 남북 대화 성과에 달렸다. 그러나 평창올림픽과 남북 대화가 종결되면 한·미 연합 군사훈련 재개와 함께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반도가 전쟁 위기로 갈지, 대화와 협상 국면이 이어질지는 오는 3∼4월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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