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지도자는 처음… 트럼프의 1년] 선동적 공격·편가르기… 거침없는 ‘아메리카 퍼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미국산 제품 구매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AP뉴시스
 
지난해 5월에 이스라엘 예루살렘을 방문해 통곡의 벽을 찾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국제적 반발을 샀다. AP뉴시스
 
지난 11월 참석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나홀로’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AP뉴시스


<상> 글로벌 질서 뒤흔든 통치 스타일

반이민 정책·FTA폐기 위협…
지지층 백인 노동자 달래려
美 핵심가치 스스로 부정

김정은 겨냥 트윗 말폭탄 등
좌충우돌 행보도 지지 끌어내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취임한 지 오는 20일로 1년을 맞는다. 그가 집권한 지난 1년은 미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기존 질서를 허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2차대전 이후 지구촌 패권국가로 부상한 미국은 그동안 다양한 위기 속에서도 세계질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동맹체제, 자유무역, 자유주의라는 미국 패권의 핵심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며 고립을 택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시대의 특징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은 반이민 정책이다. ‘이민자의 나라’였던 미국은 ‘시민권자의 나라’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미국 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을 시작으로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추진,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DACA·다카) 제도 폐지, 수단·아이티·니카라과·엘살바도르 등 4개국 출신 이민자 ‘임시보호 지위(TPS)’ 폐지 및 추방 결정 등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백인 노동자층을 달래기 위해 선동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각종 국제 협정과 조약을 파기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려고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국이 맺은 각종 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대선 때 ‘워싱턴 오물 빼기’를 내세우며 기존 정치권과 각을 세웠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역대 대통령의 단골 멘트인 ‘통합’ 대신 ‘살육’을 이야기하며 이미 편가르기와 분열을 예고했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오바마 정책 뒤집기’와 ‘트럼프 어젠다 강행’으로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했다.

특히 그는 민주당은 물론이고 친정인 공화당 내 반대파, 비우호적 주류 언론,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나선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등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상대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공개비난했다. 샬러츠빌 유혈 폭동 사태와 미국프로풋볼(NFL) 무릎 꿇기 논란, 그리고 최근 똥통(Shithole) 발언 파문에 이르기까지 그는 분노와 선동, 과장과 자기과시를 드러내는 말들을 여과 없이 표현했다.

‘트윗 정치’도 논란이 됐다.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로 비난하는 그는 트위터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거침없고 즉흥적인 특유의 스타일이 결합하면서 그의 트윗 정치는 강력한 폭발력으로 전 세계를 흔들어놨다.

예를 들어 ‘리틀 로켓맨’ ‘핵 버튼’ 등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향한 말폭탄을 포함해 중대 발언의 상당수가 트윗을 통해 먼저 전파를 탔다. 이 때문에 아침마다 그가 날리는 트윗은 ‘트럼프 리스크’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트윗 정치는 체계적 시스템보다는 대통령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문제를 상징한다. 이란 핵 합의 불인증, 예루살렘 수도 선언 등의 폭탄 결정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것이다.

예측불허에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리얼리티 TV’ 스타일 통치에 대해 미국 ABC방송은 “취임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이후 미국 대통령직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정신건강 이상설이 제기될 정도다.

취임 1년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39%로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최악 수준이다. 막바지에 다다른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오는 11월 중간선거는 2년차인 올해 국정운영에 있어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대면조사 방침을 밝힌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고비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심이다. 백악관 수석전략가 출신 스티브 배넌은 러시아 정보원들과 트럼프 아들, 사위의 만남을 “반역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만약 특검이 대통령 측의 러시아 내통과 사법방해 혐의를 사실로 확인할 경우 그 파장은 가늠하기 힘들다.

또 다른 승부처는 435명 연방 하원 전체와 연방 상원 의석의 3분의 1을 뽑는 중간선거다. 트럼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강한 이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에서 패배할 경우 국정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나아가 탄핵론이 본격적으로 제기될 수도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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