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윤여정 “나 하고픈 대로 살아가리라… 최고의 사치” [인터뷰]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윤여정. 그는 “어릴 땐 연기 잘하는 배우들을 보면 질투가 났는데 지금은 그저 부럽고 장하다. 그런 여유가 생긴 내 나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위 사진)과 예능 ‘윤식당’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CJ E&M 제공




배우 50년 거꾸로 사는 윤여정

영화·예능·드라마서 종횡무진
일흔 넘어도 대중문화 ‘존재감’
쿨한 성격과 젊은 감각이 비결

“재주 없지만 절박함이 여기까지
나영석 PD팀 센스있고 일 잘해
이젠 하고 픈 일 하며 살아갈 것”


배우 윤여정(71)의 솔직 화법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보통의 인터뷰에선 ‘예상 가능한’ 문답이 한두 가지쯤 오가기 마련인데 그는 예외다. 이를테면 중견배우들의 활약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 이런 답변을 들을 수 있다. “고령화 시대가 왔구나 싶죠 뭐. 그래서 늙은 사람들 얘기가 나오는 구나….”

이토록 ‘쿨’한 성격과 젊은 감각.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대중문화계 중심에서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이런 것일 테다. 매년 한 편 이상의 작품을 내놓으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나영석 PD의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이상 tvN)을 통해서도 눈부신 성공을 거뒀다.

혹자는 ‘또 한 번의 전성기’라 말하기도 한다. 허나 정작 본인은 이런 낯간지러운 칭찬에 난색을 표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윤여정은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정말 많이 보는 모양이다. 배우 경력 50년에 ‘윤식당’이 대표작이 돼버렸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웃었다.

“나이 먹고 굳은살이 박이니 무슨 일이 생겨도 ‘어머나, 세상에’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아요. ‘그런가 보다’ 무심히 넘기게 되죠. 좋은 점도 있어요. 뭐가 잘못돼도 상처를 많이 안 받아요. ‘내 이럴 줄 알았어. 어쩐지 편하다 했다’ 그러죠. 인생은 배반의 연속이에요. 굳건히 살아남아야죠.”

인생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물음에 윤여정은 고민도 않고 곧바로 “사람”이라 답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란다. 누구와 함께하는지를 본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은 연기 잘하는 두 후배와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

“이병헌 박정민이 한다기에 (나도) 덕 좀 보려고 했죠.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니까요. 내가 70점짜리일 때 상대방이 90점짜리이면 나도 80점은 될 수 있거든요. 근데 덕은 못 보고 걔네 잘하는 것만 보여준 거 같아(웃음). 우리 아들들이 너무 잘했죠?”

극 중 폭력 남편 때문에 떨어져 산 첫째(이병헌)와 자폐증이 있는 둘째(박정민) 두 아들을 둔 엄마 인숙을 연기한 윤여정은 자진해서 부산 말씨를 썼다. 사투리 교사와 3개월 합숙까지 해가며 배웠는데 쉽지 않았다. “너무 평범한 엄마인 것 같아서 (사투리에) 도전했어요. 근데 엄청 후회했죠.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

‘윤식당’ 출연을 결심한 배경에도 스태프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나보다 세련되고 현명한 사람을 만나면 그와 작업하고 싶어진다”는 윤여정은 “나 PD와 그의 팀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주 센스 있게 일을 잘한다. ‘저런 애들이 많으면 우리나라가 발전하겠다’ 싶더라”고 칭찬했다.

스페인 남부에서 진행됐던 촬영 후기를 묻자 역시나 가감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매우 힘들었어요. (오른쪽 소매를 걷어 보여주며) 팔에 화상도 입었죠. 전문 셰프가 할 만한 분량의 일을 맡기니까 정신이 나가더라고. 살아 돌아온 게 다행이에요. (입국할 때) 휠체어 타고 나올 뻔했다니까.”

지난 5일 방영을 시작한 ‘윤식당2’는 전편보다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2회 만에 tvN 예능 최고 시청률(14.8%·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을 갈아치웠다. 윤여정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드라마 ‘센스8’에 출연한 데 이어 또 다른 미드 ‘하이랜드’에도 합류했다.

윤여정은 스스로를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그럼에도 배우로 계속 살 수 있었던 건 ‘절박함’ 때문이었다고. “인생의 쓴맛을 보고 난 뒤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 연기했어요. 그게 내 밥줄이었으니까요.”

이제는 달라졌다. “환갑을 넘으면서 다짐했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리라. 그게 나의 최고의 사치리라. 그래서 난 지금 사치를 하고 있는 거예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