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먼지 조심하세요



다음 주가 크리스마스라고 해도 믿을 만큼 해 바뀐 실감이 없다. 2018년이 새것처럼 낯설기만 한데,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2017년도 여전히 낯설다는 사실이다. 1월은 늘 실감이 부족한 달이다. 더 믿기 어려운 건 내후년까지의 달력이 첨부된 다이어리에서 2020년을 봤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2020 우주의 원더키디’를 보고 자란 내게 2020은 너무 우주적인 숫자다. 그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구는 현재형으로 기능하지 못한다. 자원은 바닥나고, 환경은 파괴된, 돌이킬 수 없는 고향일 뿐이다. 꽤 우울한 미래를 그린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지금 보면 현실과 크게 다른 것 같지도 않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이미 공기로 인해 아파하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보면 내가 지난달에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지 못한 것도 미세먼지 농도 때문인 것 같다. 성탄 전야를 덮은 그 답답한 공기 말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던 날, 나는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쓰고 외출했다. 꼼꼼히 써보려고 했지만, 하필 벽의 반 이상이 뻥 뚫린 카페에 가는 바람에 애매해졌다. 카페 앞 좁은 골목을 이유로 결국 마스크를 벗고 말았는데, 아무래도 내가 미세먼지를 무슨 자동차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일기예보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말하고, 휴대폰마다 미세먼지 앱 하나씩은 있는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미세먼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헤매고 있다. 영화관이나 카페처럼 사람 많은 곳은 피하라는데 출퇴근 시간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와 닿지 않는 조언 아닌가. 집에 있을 때도 창문이 고민이다. 조금 열어두라는 의견도 있고, 꼭 닫아두라는 의견도 있고, 늘 분분하니까.

미래엔 물과 공기를 사야 할지 모른다는 말을 들은 게 30년 전인데, 이제 마스크나 개인용 산소통 광고를 텔레비전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판피린 광고 “감기 조심하세요”를 유년의 기억으로 가진 세대라면, 지금을 유년기로 기억할 세대는 “먼지 조심하세요” 정도를 떠올리게 되지 않을까. 이대로 가다가는, 말이다.

글=윤고은(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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