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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힘든 작품, 팔자죠… 연기 칭찬 안심 안해” [인터뷰]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피아노에 천부적 재능을 지닌 자폐 소년 진태를 연기한 박정민. 그는 “올해 특별한 계획은 없다. 지금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게 가장 현명한 것 같다”고 했다. 노란 머리는 차기작 때문에 염색한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극 중 모습.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자폐증 가진 피아노 천재 役
촬영 전 특수학교서 봉사활동
이병헌 “굉장히 노련” 칭찬

2016년 영화 ‘동주’로 주목
올해 ‘염력’ 등 네 편에 출연


“신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굉장히 노련한 연기를 하더군요. 제가 어떻게 치고 나가든 순발력 있게 대처하고 자신의 것을 보여줬어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정신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기의 대가(大家)로 통하는 이병헌이 쏟아낸 극찬. 그 영광의 주인공은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박정민(31)이다. 이병헌을 동경하고 그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다는 박정민에게 이보다 벅찬 순간이 또 있을까.

영화를 보면 이병헌의 칭찬이 결코 ‘오버’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박정민은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피아노 천재 오진태를 연기했다. 남들과 조금 다르지만 누구보다 밝고 선한 아이. 생면부지의 형(이병헌)과 함께 살게 되자 낯설어 하면서도 내심 기뻐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정민은 호평 세례에 멋쩍은 듯 가벼운 농으로 운을 뗐다. “평소에 인상이 차가워 보인다는 얘기를 종종 들어서 표현 강도를 좀 높여야 했어요. 평생 할 ‘귀여운 척’을 이 영화에 다 쏟아 붓겠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웃음).”

시나리오를 받고 곧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이병헌의 출연이 확정돼있었고, 스토리와 캐릭터의 매력도 잘 살아있어 오래 고민할 게 없었다. 호기롭게 대본 분석에 들어갔는데 이내 ‘멘붕’에 빠졌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 작품이 아니었구나’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진 뒤였다.

박정민은 “(자폐증을 갖고 있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몇 개월 노력한다고 해서 그 마음을 아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무례하고 건방진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분들과 가족 복지사들이 절대 불쾌감을 느껴선 안 된다는 게 첫 번째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촬영 전 박정민은 특수학교를 찾아 1주일에 한 번씩 봉사활동을 했다. ‘오진태를 연기하는 박정민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심이 뭘까’ 고민하다 떠올린 생각이었다. 단, 연기할 때 반 학생들의 개인적 특성을 따라하는 방식은 철저히 경계했다. 시선 처리부터 손동작 걸음걸이 말투까지, 진태 캐릭터는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만들어나갔다.

피아노 연주 또한 쉽지 않았다. 녹음된 음원에 맞춰 피아노 치는 시늉만 하는 것이었지만 그럴싸해 보여야 했다. 하루 5∼6시간씩 연습에 매달렸다. “곡을 통째로 외워서 손 가는 대로 친 거예요. 한번 멈추면 처음부터 다시 쳐야했죠(웃음).” 생전 피아노를 만져본 적도 없던 그는 기어코 CG나 대역 없이 훌륭한 연주 장면을 완성해냈다.

박정민은 “힘든 작품들만 계속 하다 보니 이것도 팔자인 것 같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치면 ‘동주’(2016) 때와 맞먹었던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워낙 해야 될 게 많아 더 힘들었죠. 근데 이걸 이기는 어마어마한 작품을 또 만났어요. 지금 촬영 중인 차기작 ‘사바하’라고…(웃음).”

학창시절 영화인을 꿈꿨던 박정민은 부모의 뜻에 따라 고려대 인문학부에 입학했다 자퇴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 들어갔다. 꿈을 찾기 위한 선택이었다. ‘파수꾼’(2011)으로 강렬하게 데뷔한 그는 ‘동주’에서 날개를 활짝 폈다. 이 영화로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영화계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에만 ‘염력’ ‘변산’ ‘사바하’까지 네 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박정민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내가 좋아했던 일에 어느 순간 치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슬플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쏟아지는 칭찬에도 중심을 잡고 있다. “제 안에는 ‘웃기지마. 언젠가 들통 나게 돼있어. 안심하지 마’라는 마음이 커요.” 그는 이런 내공을 지닌 배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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