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병훈] 종이상자



연말연시가 되면서 집집마다 대문 앞에 빈 종이상자들이 쌓여 있다. 바람이 불면 길에 상자들이 흩어져 보행자들의 통행에 지장을 주게 된다. 빈 종이상자 안에는 비닐 재질의 완충재까지 들어 있다. 도시가 커지면서 생활 쓰레기 또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 쓰레기도 천만 명이 사는 서울이라면 여간 큰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버리는 쓰레기도 잘 분리하면 귀중한 자원이 된다. 먼저 택배로 보내온 종이 상자는 테이프를 뜯어낸다. 상자도 두 번 이상 사용한 것은 테이프도 여러 겹이다. 모두 뜯어내고 접으면 부피가 많이 줄어든다. 우유팩이나 화장품갑 같은 고급 종이 상자는 겉면에 비닐 코팅이 돼 있게 마련이다. 종이컵의 경우 풀로 접착한 곳을 가르고 밑면의 동그란 것도 따로 갈라낸다. 은행이나 학회 같은 곳에서 보내온 정기 우편물 봉투에는 주소창이 나 있다. 이러한 봉투도 갈라서 창의 비닐을 떼어내야 한다. 그리고 작은 종잇조각은 조금 큰 봉투에 담으면 흩어지지 않아서 좋다. 신문지는 신문지대로, 프린트 용지도 따로 모은다. 잘못 버리는 것 중 쇼핑백도 마찬가지다. 먼저 쓸 수 있는 쇼핑백을 골라낸다. 찢어진 것은 다시 쓸 수 없으므로 손잡이를 떼어낸다. 그 손잡이 끈이 화합 섬유이면 비닐류에 넣는다. 대부분의 쇼핑백은 코팅이 돼 있다. 이런 종이는 증기로 쪄서 코팅한 비닐을 분리하여 재생 펄프를 만든다. 폐지에도 서적지와 아트지를 따로 모으는 것이 좋다. 쓰임새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것을 끈으로 단단하게 묶어 지정된 장소에 내 놓으면 재활용품 수거하는 사람이 간편하게 가져갈 수 있다.

분리만 잘 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어 종량제 봉투도 적게 든다.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는 매립장으로 가거나 소각장으로 간다. 소각하는 쓰레기가 많을수록 우리의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그만큼 미세 먼지가 많아진다. 종이와 비닐만이라도 철저하게 분리해서 버린다면 생활 쓰레기의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이제는 실천만이 남았다.

글=오병훈(수필가), 삽화=공희정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