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서정] 허기



고양이가 또 토했다. 일주일쯤 집을 비운 뒤 돌아온 참이다. 그간은 친구가 하루 한 번 들러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줬더랬다. 예전에도 한 번 썼지만, 어린 시절 홀로 헤매던 길고양이 출신인 맹랑이는 밥 조절을 못 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먹고, 그러고도 먹을 것에 가리지 않고 달려든다. 그 녀석 입에는 아무 것도 닿지 않도록 신경 바짝 써서 치워둬야 한다. 그래도 어쩌다 방심한 틈에 방에 들어가 과자 포장지를 갈기갈기 찢어 꺼내는 데는 정말 못 당한다. 프라이팬 기름 닦은 키친타월은 뚜껑 튼튼한 휴지통에 즉각 버려야 한다.

이런 녀석이니 밥 하루치를 한 번에 줄 수가 없다. 한꺼번에 먹어치우고 토해 놓기 일쑤니까. 몇 번 시행착오 끝에 반만 주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보통 이삼일 집을 비우던 게 이번에는 일주일이었다. 당연히 녀석의 아우성이 드높았다. 시간을 넉넉히 두고 조금씩 더 준다고 줬는데, 우는 소리가 그치지 않아 마음이 약해졌던 모양이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또 탈이 난 거다. 나이가 이제 열두 살이니 위장 기능도 많이 약해졌을 텐데 그 허기를 녀석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문득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뛰어내렸다는 초등생 아이가 떠오른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다 두 손 묶인 채 조사 받으러 가는 어른도 떠오른다. 이 둘이 내게는 ‘허기’라는 단어로 연결된다. ‘어른들은 입으로만 좋은 소리 하는 선한 악마’라는 유서를 썼던 그 아이는 도움의 손길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며 울었을까. 그 어른은 대체 어떤 어린 시절의 허기 때문에 그렇게 욕심과 자만심을 계속 집어삼키다가 탈이 났을까.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뱃속과 머릿속에 뭔가 잔뜩 집어넣기에 골몰하고 있을 때 정작 아이들은 마음과 영혼의 허기로 병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고양이 토해 놓은 거야 치우면 그만이지만 뛰어내리는 아이, 옥에 갇히는 아빠라니…. 삶도 교육도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향으로 돌이키지 않는 한 이런 우울한 사건은 그치지 않을 것 같다.

김서정(동화작가·평론가), 그래픽=전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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