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읽기] 가상화폐 열풍… ‘달러 대신 페드코인’ 현실 될까



비트코인 인기 폭발하자
“논의 시작해야” 목소리
각국 중앙은행 참여 고민
스웨덴, e-크로나 연구 개시
美 관계자 “흥미로운 영역”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열풍이 기존 통화시장에도 영향을 미칠까. 새해 첫날 개당 100만원 수준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불과 1년도 안 돼 1300만원(4일 현재)을 훌쩍 넘겼다. 비트코인에 이용된 보안시스템인 블록체인 기술이 다방면에 활용되면서 그동안 가상화폐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관망하던 전 세계 통화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기 시작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가상화폐 열풍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확산될 수 있다’는 기사에서 “전자지불 방식이 대중화되면서 중앙은행이 게임(가상화폐 시장)에 동참해야 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연준이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에 대한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역시 “(중앙은행의 가상화폐 발행이) 향후 10년간 매우 흥미로운 영역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중앙은행이 관련 기술을 도입해 직접 가상화폐를 발행·운용하는 논의가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WSJ는 “지난 수년간 가상화폐를 호기심으로 바라봤던 중앙은행들이 이젠 자신들의 가상화폐를 만들어야 할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제 ‘페드코인(Fedcoin)’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는 자국 통화인 크로나의 가상화폐 버전인 ‘e-크로나’ 발행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 역시 가상화폐와 통화정책 접목에 대한 연구·조사를 진행 중이다.

학계에서도 공공 가상화폐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모색하는 분위기다. 러트거스대학과 다트머스대학 경제학 교수들은 올 초 공동 발간한 논문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가상화폐가 ‘교환 비용이 들지 않고, 안전한 가치 저장소이자 안정적인 거래 단위’로 기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트머스대 앤드루 레빈 교수는 “연준이 이 문제에 있어 시급히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기술적인 어려움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비트코인 등 기존 가상화폐의 통화가치를 인정할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롬 파월 차기 연준 의장 지명자 등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여전히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수단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보편적 결제수단이 아니라는 점에서 달러의 대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글로벌 금융자본들이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현 시스템의 균열을 원치 않는다는 점도 가상통화 안착에 비관적인 대목이다.

우리 정부 역시 가상화폐를 사행성 투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 대책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가상통화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방안을 조속히 검토키로 했다고 4일 밝혔다. 가상화폐가 통화나 금융상품이 아니고, 정부가 가치 적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가상화폐 활용에 관심을 보이던 금융권이 관련 사업에 신중한 입장으로 선회한 것도 당국의 기조와 무관치 않다.

아이슬란드와 함께 비트코인 최대 채굴(수식을 풀어 가상화폐를 생산하는 행위) 국가인 중국은 지난 9월 가상화폐 거래소를 전면 폐쇄했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자금조달 방식인 ICO(가상화폐 공개)가 금융시장 안전성을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이자 외환관리국장인 판궁셩은 “중국은 연초만 해도 세계 가상화폐 거래의 80%를 차지했는데, 만약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지 않았다면 중국도 비트코인 버블에 노출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정건희 김찬희 기자 moderato@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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