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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식의 젊음 “난 현재진행형 배우… 현장이 좋아” [인터뷰]

영화 ‘반드시 잡는다’에서 21년차 후배 성동일과 나란히 주연을 맡은 배우 백윤식. “보통 후배들한테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는 편”이라는 그는 “한번은 동일이에게 ‘너 연기 많이 늘었다’고 칭찬한 적이 있다. 난 진심으로 한 얘기인데 현장에 있던 감독과 스태프들이 다들 웃더라”고 전했다. NEW 제공
 
영화 ‘반드시 잡는다’의 극 중 장면. NEW 제공




오늘 개봉 영화 ‘반드시 잡는다’ 주연 백윤식

연쇄살인범 잡기 나선 노인役
전직 형사 연기한 성동일과 호흡

“영화에서 소시민 캐릭터는 처음
왕년에 주연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작품 고를 때 구애받지 않아요”


나이 일흔에 상업영화 주연을 맡았다. 장르는 무려 액션스릴러. 가파른 달동네 계단을 뛰어오르고, 오토바이를 몰아 골목 추격전을 벌이며, 비 내리는 진흙탕 위에서 맞고 때리고 굴렀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라도 버거울만한 액션을 백윤식은 거뜬히 해냈다. 그리 대수로울 것 없다는 듯이.

29일 개봉한 영화 ‘반드시 잡는다’(감독 김홍선)에서 백윤식이 연기한 노인 심덕수는 겉보기엔 꼬장꼬장하기 짝이 없지만 속내는 따뜻한 인물이다. 한평생 터 잡고 살아 온 아리동에 30년 전 미제사건과 똑같은 방식의 연쇄살인사건이 재발하자 그는 범인을 잡기 위해 직접 나선다. 사건을 잘 아는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과 함께.

“중장년 배우가 스릴러 영화의 주연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그런 좋은 기회가 내게 왔으니 얼마나 반가워요.”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백윤식은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말문을 열었다. 그는 “영화에서 소시민 캐릭터를 맡은 건 거의 처음인 것 같다”며 “현실에 발을 디딘 인물이라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사실 작품을 고를 때 주연이냐 아니냐에 구애를 받진 않아요. 내가 (왕년에) 주연을 안 해본 배우도 아니니까. 일단 책(시나리오)을 보고 그 자체가 좋아야 선택을 하지. 0순위로 중요한 게 책이에요. 전체적인 틀이 좋아야 돼요. 작품 완성도가 높고 역할도 임팩트가 있으면 참여하는 거죠.”

거친 액션신을 소화할 때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진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한사코 “문제없었다”고 했다. 화면상으로는 힘겨워 보이더라고 재차 떠봐도 답은 같았다. 극 중 설정에 따라 연기한 것이라며 여유를 부렸다. “체력 관리는 기본이죠. 평소에 되도록 자주 움직이는 편이에요. 시간 날 때마다 스포츠클럽에 가서 운동하고요.”

굳이 힘들었던 기억을 하나 꼽으라면 추운 겨울밤 촬영한 우중(雨中) 액션신이라고. “인공비를 밤새 뿌리는데, 이거 아주 어마어마해요. 3일에 걸쳐 촬영을 진행했는데 자꾸 극한 상황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근데 괜찮았어요. 나뿐만 아니라 (스태프들이) 다들 고생했지.”

작품을 함께한 후배 성동일은 촬영장에서 불평 한마디 안 하는 백윤식을 보며 적잖이 놀라고 감동했다고 했다. 이 얘기를 꺼내자 그는 멋쩍은 듯 웃었다. “스태프 연령대가 20대 초반부터 다양한데, 다들 자기 일에 올인(All-in)해서 열심히 하는 모습이 얼마나 예뻐 보여요. 그리고 난 현장이 좋거든. 일하러 나가는 자체가 좋아요.”

배우로 살아 온 47년. ‘싸움의 기술’(2005)의 오판수, ‘타짜’(2006)의 평경장, ‘내부자들’(2015)의 이강희 등 그가 구현한 캐릭터들은 매번 짙은 잔상을 남겼다. “관객에게 사랑받은 작품과 캐릭터는 다 ‘인생작’이고 ‘인생캐릭터’ 아니겠어요? 내가 캐릭터화한 대사들이 계속 회자되는 걸 보면 괜히 흐뭇하기도 하고(웃음). 매 작품마다 감사하죠.”

“내추럴하게 순리대로 살아갈 뿐”이라는 백윤식은 늘 ‘현재 진행형’ 배우이고 싶다고 했다. “지금껏 한우물만 팠어요. 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창작활동을 해 왔죠. 특별한 원동력? 그런 건 없어요. 다만 내가 ‘진행형’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해요. 영어로는 ‘ing’. 그 자체라고 보시면 돼요. 계속 진행형으로 살고 있다는 거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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