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 트럼프, 툭하면 비서진 교체… 해고 칼날에 떠는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백악관 비서진은 이전 정부와 비교되지 않을 만큼 자주 그리고 많이 교체됐다. 리얼리티 TV쇼를 통해 ‘넌 해고야’란 말로 인기를 끈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권력을 잡은 뒤에도 핵심 비서들을 수시로 내보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은 24일 만에 중도하차했으며, 숀 스파이서 대변인은 6개월을 못 넘기고 경질됐다. 그로부터 1주일 만에 라인스 프리버스 초대 비서실장이 물러났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동지라던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는 7개월 만에 백악관을 떠났다. 가족을 제외한 참모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극심한 내부 갈등도 참모들의 목숨을 단축시켰다. 배넌 전 수석전략가는 “백악관에서는 매일 매일 전투를 치렀다”고 말할 정도로 참모들 간 갈등과 알력이 심했다. 배넌으로부터 무시당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면서 쿠슈너의 입지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보좌관은 인도 방문에 나섰지만 국무부가 인적 지원을 중단하는 등 견제를 받고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은 여전히 시계 제로다.

잦은 비서실장 교체, 동요하는 백악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비서실장을 딱 한 번 바꿨다. 한 번 자리를 맡긴 비서실장과는 4년 임기를 같이할 만큼 인사를 신중히 했다. 그 뒤를 이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8년간 5명의 비서실장을 뒀다. 오바마가 두 번째 임기는 데니스 맥도너와 4년을 같이했지만 첫 4년 임기 동안에는 비서실장을 네 번 교체했다. 당시에 트럼프는 오바마의 잦은 비서실장 교체가 국정난맥의 한 이유라고 비난했다. 1946년 이후 70년 동안 백악관 비서실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2년4개월이었다.

정작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취임한 지 6개월 만에 비서실장을 교체했다. 4성 장군 출신의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이 비서실장으로 기용되면서 백악관의 질서도 잡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켈리 실장도 취임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아 경질설에 휘말렸다. 돌출발언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과 호흡이 안 맞아 사퇴할 것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바로 켈리 실장에 대한 신임을 밝혔고, 켈리 실장도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나 자신의 사임설을 부인했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그가 장수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렇게 백악관의 조직이 자주 흔들리다보니 실무급 비서들 중에는 새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경력직을 알선하는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내미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동요하고 있다.

쿠슈너와 이방카의 입지도 예전과 달라

쿠슈너의 별명은 ‘만능장관(Secretary of Everything)’이다. 백악관 선임고문(Senior Advisor)이 그의 공식 직책이지만 트럼프 정부 정책에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유대인인 그에게 처음 맡겨진 임무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적 관계를 안착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비롯해 연방정부의 기술혁신 업무까지 국정 전 분야에 걸쳐 그가 관여하지 않는 분야가 드물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수행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전 중앙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는 문서에 사인할 때도 쿠슈너가 그 자리에 있었다. 인수위원장에서 퇴출당한 뒤 입각에도 실패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자신을 내쫓은 배후 인물로 쿠슈너를 지목할 만큼 쿠슈너는 트럼프의 인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쿠슈너의 입지에 변수가 생겼다.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다. 쿠슈너의 정치적 위상이 특별하다보니 특검은 쿠슈너의 과거 행적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쿠슈너는 지난해 6월 당시 공화당 대선 후보로 유력했던 트럼프의 대선캠프 인사들이 트럼프 타워에 모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의 회동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나 특검의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또 쿠슈너가 대선 이후 정권교체기에 각국 정상들과 접촉한 단서를 잡고 민간인의 외교 개입을 금지한 로건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일 쿠슈너가 러시아 내통 의혹과 관련돼 사법처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론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슈너가 특검 조사에서 잘못 대응했다며 역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쿠슈너와 이방카 부부를 백악관에서 내보내려고 한다는 얘기도 이 무렵 나왔다.

이방카 보좌관은 28일 인도에서 열린 세계 기업가 정신 정상회의 참가를 앞두고 국무부가 인적 지원을 중단해 모양새가 구겨졌다. 연말 교체설이 도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불화설을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쿠슈너-이방카 부부를 바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해진 탓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