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기술 끊임없이 진화… 평생 교육 중요성 더 커질 것”

독일 뮌헨공과대학 클라우스 마인츠 석좌교수, 스위스 다보스포럼 인력개발팀 앤 마리 앙토프트 라르센 팀장, 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박윤수 연구위원(위쪽부터)이 26일 국민일보 지면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변화와 교육 방법 등에 대해 가상 토론을 벌였다. 3명 모두 결론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 獨 뮌헨공대 마인츠 석좌교수·다보스포럼 인력개발팀 라르센 팀장·KDI 박윤수 연구위원 가상 토론

2016년 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선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4차 산업혁명’이었다.

국가마다 새 시대에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제조업 기반의 국가였던 독일은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언하기 이전부터 ‘인더스트리 4.0’으로 새 시대를 준비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세계적 조류에 뒤늦게 뛰어들면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주요 기술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처졌다. 이러다보니 한국에선 새 시대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사람을 대신하는 기술로 일자리는 사라지고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인더스트리 4.0’ 전문가인 독일 뮌헨공과대학의 클라우스 마인츠 석좌교수,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인력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앤 마리 앙토프트 라르센 팀장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인적자원정책연구부 박윤수 연구위원을 초청해 지면에서 가상의 토론을 벌였다.

4차 산업혁명은 과연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또 새 시대에 올바른 교육 방법은 무엇일까. 결론은 하나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도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주장, 맞을까.

△박윤수 연구위원(이하 박 연구위원)=20년간 경제학자들이 주요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게 있다. 바로 일자리 양극화다. 노동시장은 직무형 기술 수준을 기준으로 고숙련부터 저숙련까지 줄 세울 수 있는데 숙련 정도에 따라 고성능 직종은 많이 생기고 저숙련은 유지했는데 중간급 계층만 푹 꺼졌다. 이건 특정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왜 그랬을까. 기술 진보와 세계화 때문이다. 생산 자동화 등으로 단순 사무직인 중간직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숙련직은 왜 유지할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는데, 쉽다. 비용 때문이다. 자동화하는 데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저임금 저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게 쉽다는 것이다.

△클라우스 마인츠 교수(이하 마인츠 교수)=제 생각은 약간 차이가 있다. 획기적으로 일자리가 줄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4년 전 케임브리지대에서 비슷한 조사를 한 게 있다. 인더스트리 4.0을 하면 74% 정도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한 것이다. 물론 일부 일자리는 사라지지만 걱정한 만큼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만 평균 9∼10% 사라진 만큼 새로운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발달된 기술을 활용할 줄 아는 고급 인력이 적은 시간에도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되고 남은 시간을 활용하려는 고민이 생긴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요가 강사나 네일케어 같은 서비스 업종이 생긴다는 것이다.

△앤 마리 앙토프트 라르센 팀장(라르센 팀장)=맞다. 3D 프린터나 로봇 등이 나타나면서 분명히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신 업무시간은 남게 된다. 시간을 우리가 어떻게 쓰고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일자리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형태에도 변화를 줄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 이 과정에서 일자리 미스매칭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데.

△마인츠 교수=현재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에 맞지 않다. 미스매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대학 교육은 중간직 대량 공급만 이뤄지고 있다. 학교마다 비슷한 수준으로 가르치고 있고, 직업훈련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청년실업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전조라고 본다. 기업은 정보통신기술(ICT)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치고 있는데…. 독일도 인더스트리 4.0을 시작할 때 기업 등에서 이 같은 고민을 했다.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우리 대학의 예를 들겠다. 뮌헨 BMW에서 우리 대학과 스마트공장 등의 실험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공장에서 필요한 고급 기술의 인재를 학교에서 육성해 투입했다.

△박 연구위원=하버드대 노동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과 로렌스 카츠 교수 논문을 보면 농업국가였던 미국의 노동시장은 산업화와 함께 변화를 겪었다. 농업에서 중요한 노동력 대신 산업화 시대에 맞는 인력이 필요해졌고 이 과정에서 읽기와 쓰기, 수학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골딘과 카츠 교수는 1∼3차 산업혁명의 경우 기술이 발달하면 경제적 흐름에 변화를 주고 결국 교육 시스템이 변화하는 수순을 밟았다고 했다. 미리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가진 사람이 막강한 권력과 부를 갖게 됐다고도 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1∼3차 산업혁명 때와 다르다. 새로운 시대가 오기도 전에 미리 선언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교육을 통해 기술력을 갖춘 인재를 선제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됐고 모든 이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일자리 미스매칭도 과거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교육 당국이 효율적인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라르센 팀장=일자리 미스매칭은 나라, 지역 등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국가 간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준비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기술 격차로 국가 간 일자리 미스매칭도 발생할 수 있다. 가령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보자. 중국과 인도에선 STEM 교육에 미리 집중했다. 덕분에 관련 분야 인재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세계적 IT 기업들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 간 달라진 세상에 맞춰 어떤 교육 변화를 시도해야 할까.

△마인츠 교수=경계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국가 간, 기업과 기업 간 협업이 필요해졌다. 독일은 제조업이 앞서 있는 나라다. 한국은 IT, SW 교육이 독일보다 진보한 나라다. 한국의 IT 기술이 독일의 제조업과 연결된다면 예상 못할 진보를 경험할 수 있다. 기업과 학교의 협업도 필요하다. 내 딸과 아들 모두 엔지니어인데 고등학교에서 수업으로 배울 때는 너무 싫어했다. 글로만 배우니까.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 기업 인턴 경험을 하다 보니 흥미를 갖게 되더라. 독일의 강점인 마이스터 같은 전문학교 운영도 필요하다.

△박 연구위원=4차 산업혁명 시대엔 평생 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은 끊임없이 진화하기 때문이다. 우려되는 건 최근 평생교육 이용자들의 비중이 고학력층에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불평등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싱가포르는 작년부터 스킬스 퓨처 싱가포르란 국민운동을 벌이고 있다. 만 2세 이상 국민들에게 계좌를 주고 500달러의 바우처를 지급한다. 주기적으로 성과를 점검해 지원 금액 충전 여부를 결정한다. 정부는 지원만 할 뿐 도태되거나 발전하는 것은 개인의 몫으로 두는 것이다.

-한국은 소프트웨어, 코딩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교육의 필요성이 알려지면서 초·중등학교에서 내년부터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이로 인해 사교육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가장 합리적인 교육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마인츠 교수=그런가? 사교육이라니. 사교육은 절대 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싶다. 아이들이 수학을 굉장히 싫어하는 이유가 뭔지 아나? 원리를 알려주고 자유롭게 확대 재생산 시켜야 하는데 학교에선 암기 위주로 알려주다 보니 아이들이 흥미를 잃게 됐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선생님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은 SW나 AI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능력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라르센 팀장=마인츠 교수님의 말에 동의한다. 인간이 중심이 되는 교육을 해야 한다. 단순히 STEM을 중심으로 한 SW, AI, VR 기술 교육만 해서는 안 된다. 문화와 역사 등 인문학과 연계한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 도덕과 가치관을 접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력을 평가할 때 창의력도 봐야 한다.

△박 연구위원=교육 과정, 수업 방식, 교원 양성, 학생 평가, 대학입시에서 표준적 인재를 대량으로 양성하는 현재 시스템을 창의성과 사회성을 갖춘 인간 양성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글=뮌헨(독일) 제네바(스위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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