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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나라 “연기할 때 내 가치 느껴… 결혼? 내려놨죠” [인터뷰]

드라마 ‘고백부부’로 연기 호평을 받은 장나라. 부친인 배우 주호성씨의 영향으로 연기자의 꿈을 품게 된 그는 “아직도 ‘아버지 그늘에서 세상 물정 모르고 나이만 먹은 사람’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지만 나는 아버지와 상관없이 나만의 길을 걸어왔다”고 했다. 라원문화 제공
 
드라마 ‘고백부부’의 극 중 장면. KBS 제공




‘아줌마’라 불리는 장나라(36)를 상상해본 적 있는지. 늘 밝고 명랑한 소녀 이미지였던 그에게 좀처럼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던 말이 아닌가. 그런 의심의 눈초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장나라는 과감하게 도전했고, 훌륭하게 완수해냈다. 지난 18일 종영한 드라마 ‘고백부부’(KBS2)에서다.

드라마는 삶의 무게에 치여 이혼을 결심한 부부(장나라 손호준)가 스무 살 대학 시절로 돌아가 지난날을 돌아보는 내용의 타임슬립(Time-slip)물. 극 중 장나라는 가사와 육아에 지친 서른여덟의 주부 마진주를 연기했다. 칭얼거리는 아이 때문에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볼일을 보거나 아이를 안은 채 대충 맨밥을 떠서 삼키는 모습이 딱 우리네 엄마였다.

“연기 호평이 많아 너무 감사해요. (제가 잘했다기보다) 주변에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극 중 친구들(한보름 조혜정)이 저를 정말 진주처럼 편하게 대해줬고, 스태프들이 애를 써서 20, 30대 진주의 얼굴을 만들어주셨죠. 제 연기가 50%였다면 나머지 반은 그분들이 채워주신 거예요.”

2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나라는 “사실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어려운 얘기였다. 하지만 현실감과 진정성이 있는 대본에 끌려 출연하게 됐다”고 얘기했다. “저는 결혼도 안 했고, 육아에 대해선 더더욱 모르잖아요. ‘정말 공감이 될까’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자기 일 같다고 해주셔서 신기했어요.”

촬영 전 결혼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격해서 깜짝 놀랐어요. 연애할 때의 달달한 감정이 지속될 것 같지만 막상 살아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던데요(웃음).” 결혼·육아 관련 온라인 게시판도 샅샅이 훑어봤다. “느끼는 게 많았어요. 역시 ‘30년 가까이 따로 살아 온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구나’ 싶었죠.”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하늘이 (배우자를) 주시면 하고 아니면 말고. 모든 걸 내려놨어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가끔 기도는 해요. 외롭다고, 어떻게 안 되겠냐고(웃음).”

장나라의 시작은 센세이셔널했다. 2001년 발매한 데뷔앨범 수록곡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고백’ ‘4월 이야기’가 연달아 히트했고, 시트콤 ‘뉴 논스톱’(MBC·2001)과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SBS·2002)까지 흥행시키며 명실상부한 하이틴 스타로 떠올랐다. 초기 한류의 주역이기도 했다.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천후(天后)’라는 칭호까지 얻었다.

하지만 장나라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체력적 한계에 부딪혔다. “좋은 기억도 많았지만 그 수고를 다시 하고 싶진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간혹 지인들과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게 굉장한 축복이에요.”

갑작스럽게 찾아온 무대공포증으로 가수 활동은 잠정 중단했다. 2008년 발매한 6집이 마지막 정규앨범이다. 지금은 연기에 대한 애정으로 충만한 상태다. 앞으로 작품 편수를 늘려나가고, 더 다양한 역할에 도전할 생각이다.

“제게 연기라는 건 굉장히 큰 의미를 지녀요. 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가장 큰 수단이죠. 그 외에는 ‘내가 가치 있는 인간이구나’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아요.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거든요. 연기가 너무 좋아요. 계속 하고 싶어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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