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사람이 답이다] 日, ‘4차 산업혁명 인재회의’서 가이드라인 제시

지난달 18일 일본 도쿄 ‘일본 산업기술대학원대학(AIIT)’에서 한 학생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첨단 운송장치 모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있다. AIIT 제공






지난달 18일 오후 6시30분쯤 일본 도쿄 시나가와 시사이드 역 근처에 위치한 ‘일본 산업기술대학원대학(AIIT)’ 2층 강의실로 중년의 남성과 여성들이 속속 들어섰다. 각자 일을 마치고 온 직장인들이다.

학생 20여명이 모두 도착하자 하야시 히사시(46) 교수가 로봇의 행동계획을 잡아주는 ‘플래닝’ 기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론 설명이 끝나자 학생 각자가 부품을 조립하고 코딩을 통해 소형 로봇을 작동시키는 작업이 이어졌다. 중견 IT기업 부장인 오자키 사토시(43)씨는 “컴퓨터 공학 관련 대학원까지 이미 나왔지만 실무 현장에서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껴 입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 산업기술대학원대학은 2006년 설립된 직장인 전문 재교육 기관이다. 최근 2∼3년 새 입학 문의가 급증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미래투자전략(일본재흥전략) 2017’과 관련해 도쿄대와 도시샤대학을 포함해 AIIT가 연구·시범 학교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자재 구입 비용 등을 지원받을 뿐 아니라 각 회사에서도 학위를 경력으로 인정해주는 절차가 이미 마련됐다.

가와타 세이이치 AIIT 총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오면서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분야가 AI와 사물인터넷 등으로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도시바 등의 기업에서 실무자를 교수로 초빙하거나 커리큘럼을 전문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2015년 6월이다. 일본경제재생본부가 일본 경제의 재활성화를 위한 종합 전략으로 매년 발표하는 ‘일본 재흥전략’에 4차 산업혁명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해 재흥전략에는 아예 ‘4차 산업혁명을 향하여’라는 부제가 붙었다.

안도 다쿠야 일본 내각관방 일본경제재생본부 주사는 “20년 이내에 50% 가까운 이들이 실직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일본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은 인재육성이다. 지난해 12월 만들어진 ‘4차산업혁명인재육성추진회의(인재회의)’가 대표적이다. 각계각층 인사 20여명이 모여 지금까지 총 5차례 난상 토론을 벌였다. 어떤 사람에게 어떤 IT 기술을 가르칠지, 미래에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 것인지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회의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 필요한 인재를 일단 3부류로 나눴다. IT 기술을 만드는 ‘하이레벨(선도인재)’과 이를 각 분야에 전문적으로 활용하는 ‘중간레벨’, 기술을 통해 보다 나은 일상생활을 사는 ‘로 계층’이다. 중간계층의 경우 경영자 등 간부와 비즈니스 솔루션을 고민하는 실무층, 마트에서 물건을 파는 등의 실질 활용계층으로 또 나눠진다. 향후 IT 전문인재를 91만9000명, IT 활용인재를 4800만명까지 늘려야 한다는 게 인재회의에서 나온 결론이다.

안도 주사는 “2020년이 되면 일본에 IT 인재가 37만명 정도 부족할 것”이라며 “오랫동안 수직 계열화되어 있는 대학 교육을 어떻게 유연하게 바꿀 것인지, 회의에서 도출된 인재를 어떤 방식으로 키울 것인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차원에서 제안한 안건들은 현실화되고 있다. 학사 4년, 석사 2년 나눠져 있는 대학교육을 일관된 6년으로 바꾸는 방법이나 문과·이과를 따지지 않는 융합형 거점대학 마련 등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융합 대학의 경우 이미 6억엔의 재정이 확보됐다.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전문학교라도 사회인에게 IT 기술 등을 가르치면 수강료를 지원한다는 방식도 회의 차원에서 정부에 이미 건의한 상태다.

일본 내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정책 수립과 함께 차별 없는 교육이 필수라고 조언한다. 안도 주사는 “인재육성에 가장 중요한 건 정부 칸막이를 없애는 것”이라며 “경제산업성, 문부과학성, 후생노동성이 하나가 되어 준비하니 새로운 전략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가와타 총장은 “4차 산업혁명은 필연적으로 사회적 격차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이런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인재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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