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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인의를 찾아서-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 협진클리닉] 당뇨발·말초동맥폐색환자 도와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협진클리닉 주요 의료진. 사진 왼쪽부터 혈관이식외과 전강웅, 신장내과 민지원, 성형외과 전영준, 순환기내과 김희열(진료부원장), 내분비내과 이성수, 성형외과 김동휘, 순환기내과 노지웅, 감염내과 최재기 교수. 부천=곽경근 선임기자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장기간 약을 복용해 온 73세 남성 A씨는 얼마 전부터 왼쪽 발이 차갑게 느껴졌고 특별한 이유도 없이 발바닥이 아려오기 시작했다. 집 근처 공원에서 20∼30분 정도 산책이라도 하면 종아리가 땅기고 발바닥이 무감각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엄지발가락 색이 다른 발가락에 비해 유독 검붉고 발에 상처가 나면 잘 낫지도 않았다.

A씨는 고민 끝에 동네 병원 의사의 권유로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 협진클리닉을 찾았다. 난치성 피부암으로 꼽히는 ‘악성흑색종’이 아니면 당뇨병성족부궤양증(당뇨발)의 전조가 아닌가 싶어서였다. 협진클리닉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자신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검사결과 A씨는 왼쪽 엄지발가락이 염증에 의해 짓물러터진 상태인 데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위험인자를 3개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체내 독소를 최종적으로 걸러 오줌으로 내보내는 종말처리장 역할을 하는 콩팥기능까지 정상 수준의 50% 이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A씨가 다급하게 찾은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 협진클리닉은 혈관질환의 진단과 치료에 직·간접 관여하는 8개 임상과 교수진 12명이 협진을 펼쳐 지역사회에서 크게 주목을 받아온 곳이다.

이들은 매월 2·4주 목요일 점심시간을 쪼개 2층 메디컬협진센터 협진실에 모인다. 최고, 최선의 치료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데 필요한 의학지식과 치료경험을 공유해 말초혈관질환자를 돕기 위해서다.

단장 역할을 하는 순환기내과 김희열(진료부원장)·노지웅 교수팀을 비롯해 내분비내과 이성수, 혈관이식외과 전강웅, 영상의학과 김일중, 성형외과 전영준·김동휘·김학수, 정형외과 정진화·이재영, 신장내과 민지원, 감염내과 최재기 교수 등이 그들이다.

환자들의 협진 만족도는 만점 수준이다. 각 교수들의 진료 소견을 개별적으로 받으려면 두 달이 걸려도 쉽지 않은데 한날한시에 끝낼 수 있어 시간·경제적으로 큰 이득이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이런 협진 효과를 톡톡히 봤다.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 협진클리닉은 지난 9일 낮 12시 협진회의를 속개해 감염내과 최재기 교수와 성형외과 김학수 교수가 A씨의 왼쪽발가락 문제를 최우선 해결해주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당뇨 및 고지혈증은 내분비내과 이성수 교수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관리해주고 콩팥 문제는 신장내과 민지원 교수가 맡기로 했다.

정밀검사 영상판독 결과 A씨는 심장혈관과 다리혈관에도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돼 혈관폐색위험이 아주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문제는 순환기내과 김희열 교수와 영상의학과 김일중, 혈관이식외과 전강웅 교수팀이 각각 해결사로 나서기로 했다.

먼저 김희열 교수가 죽상동맥경화로 좁아진 A씨의 우측 관상동맥 부위에 금속성 그물망 스텐트를 삽입하는 혈관중재시술을 시행, 피돌기의 숨통을 터줄 예정이다. 이어 김일중 전강웅 교수팀이 A씨의 다리 혈관 속에 쌓인 동맥경화반과 석회질을 긁어내고 풍선으로 넓혀주거나 스텐트를 삽입하는 혈관성형술로 혈류를 정상화시켜줌으로써 치료가 종결된다.

총 치료 기간은 한 달여가 소요될 전망. 김희열 교수는 13일 “A씨는 당뇨발이 합병돼 왼쪽 발을 절단해야 하는 위기에서 벗어날 뿐만 아니라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대사증후군도 적정 수준으로 조절, 건강을 되찾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말초동맥폐색증이 가장 흔해

말초혈관질환이란 산소와 영양소 공급원인 혈액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혈관이 동맥경화, 외상, 감염 등의 이유로 막혀 팔과 다리에 충분한 혈액이 가지 못함으로써 여러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평소와 달리 걸을 때 다리나 골반에 통증이 있으며 팔이나 다리가 저리거나 찌릿찌릿한 느낌이 든다. 발이 차갑게 느껴지거나 피부색이 검붉게 변하고 팔다리나 발에 난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증상도 나타난다. 사지 말단부에 혈액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보행이나 운동 시 팔다리 근육이 땅기고 저려서 주춤거리는 ‘파행’ 증상이 발생한다.

원인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이른바 ‘폐색성 동맥경화증’(PAOD)으로 불리는 ‘말초동맥폐색증’이다. 말초혈관이 중증 동맥경화로 막혀서 피가 안 통하는 병이다.

작은 외부 충격에 의해 생긴 사지말단부의 상처가 2차 세균감염으로 곪아터진 경우도 있다. 신선한 산소와 영양을 실은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바람에 상처가 아물지 않고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지말단부에 궤양이 생기거나 살이 문드러지는 괴저(壞疽)에 빠질 수 있다. 이때는 무엇보다 상처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게 유도하는 창상관리와 적절한 항생제 처방으로 2차 세균감염을 막는 게 중요하다. 혈관이 막혀 있다면 빠른 시일 내에 그곳을 뚫어 혈류를 개선시켜 줘야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게 된다.

다리 ‘힘줄’, 하지정맥류도 치료

부천성모병원 말초혈관 협진 클리닉은 이 밖에 종아리 부위 핏줄이 울근불근 도드라져 보기흉한 하지정맥류도 많이 다룬다. 하지정맥류는 발쪽에서 심장으로 되돌아가는 다리 정맥의 판막 일부가 고장 나서 피가 거꾸로 역류하는 탓으로 다리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꼬불꼬불 부풀어 오르는 상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힘줄이 튀어나왔다’고 표현하는 증상이다. 초기엔 보기에 흉할 뿐 별다른 불편감이 없지만 병이 깊어지면서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땅기고 저려와 치료 대상이 된다.

말초혈관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생활 속 위험인자부터 피하는 게 상책이다. 가장 먼저 금연생활을 실천해야 한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등 대사증후군도 몰아내야 한다. 육류와 패스트푸드 중심의 고지방 식습관도 고쳐야 한다.

또 한 가지. 감염 예방을 위해 개인위생을 늘 청결히 하고 ‘상완발목혈압지수’(ABI)를 정기적으로 측정, 0.9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다. ABI가 낮으면 그만큼 동맥경화도가 심해 말초혈관질환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다.

김희열 교수는 “인구 고령화가 심해질수록 말초혈관질환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말초혈관질환은 동맥경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치명적인 심뇌혈관질환의 발병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글=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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