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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 “연기 20년, 항상 새로워야 한다는 고민 뿐” [인터뷰]

영화 ‘7호실’에서 펄떡이는 열연으로 극을 이끈 배우 신하균. 그는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서와 영화적인 재미가 동시에 있는 작품에 끌린다. 계속해서 그런 도전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7호실’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제 얘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대체로 말이 없는 편이죠. 사람을 만나 말문이 트이기까지 시간이 좀 걸려요. 기본적으로 말주변이 없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신하균(43)이 설명하는 본인의 성격은 이렇다. 이것이 얼마나 정확한 자기진단인지는 실제 그를 만나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마주한 그는 매 순간 차분하고 진중했다. 낯간지러운 연기 칭찬에는 “고맙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이 남자, 연기할 때만큼은 영 딴판이다. 매 작품마다 폭발적인 흡인력으로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한다. ‘천생 배우’란 말은 이런 이에게 걸맞은 찬사일 테다. “살면서 희로애락을 다 표현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캐릭터 안에서는 허용이 되니까 (마음껏 표출하는 거예요). 연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닌가 싶어요.”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7호실’(감독 이용승)에서도 역시 그의 재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짠한데 웃음이 터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조율해냈다. 신하균은 “연기할 때 장르를 규정짓고 임하지는 않았다”며 “인물은 절박한데 한 발 떨어져서 보면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주는 재미가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7호실’은 망해가는 DVD방을 운영하는 사장 두식(신하균)과 학자금 빚에 쪼들리는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이 같은 방 안에 각자의 비밀을 숨기면서 벌어지는 블랙코미디다. 신하균이 연기한 두식은 평범한 소시민, 다시 말해 이 사회의 을(乙)이다. 이혼한 뒤 전세금을 털어 장사를 시작한 그는 잇단 적자에 시름하다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신하균의 펄떡이는 연기가 영화의 맛을 한껏 살렸다. 평소 즉흥 연기를 꺼리는 그이지만 이번에는 유감없이 애드리브를 펼쳤다. “이렇게 재미있어 해주실지 몰랐는데 다행히 잘 맞아떨어졌네요(웃음). 감독님이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셨고, (연기가) 과하다 싶을 땐 정확하게 잡아주셨어요. 무엇보다 잘 받아준 상대 배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후배 도경수에 대한 칭찬을 이어갔다. 신하균은 “(촬영 전) 경수가 연기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긍정이 체질’이란 웹드라마를 찾아봤는데 감이 좋더라. 현장에서도 준비를 철저히 해오는 성실함과 연기를 받아치는 유연함이 훌륭했다. 그룹 엑소 멤버라고 하던데, 그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아이돌인지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차. 서울예대 출신인 신하균은 대학선배인 장진 감독과 연극 무대를 누비다 ‘기막힌 사내들’(1998)로 영화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늘 독창적이고 색깔 있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특히 ‘복수는 나의 것’(감독 박찬욱·2002) ‘지구를 지켜라!’(감독 장준환·2003)에서 보여준 강렬함은 관객의 뇌리에 뚜렷이 남아있다.

“제가 영화를 시작했을 때쯤이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기였죠. 비주류 영화들도 공격적으로 만들어지던 때였으니 제게도 기회가 온 거예요. 돌이켜 보면 그런 환경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이 굉장한 행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양한 소재와 형식의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지금은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에요.”

신하균은 ‘새로움’이라는 말을 하고 또 했다. 연기 인생 내내 결코 변하지 않은 건 “항상 새로움을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란다. “신선함을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아요. 어떤 역할이든 제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 180도 다르진 않겠죠. 그럼에도 뭔가 새로운 지점이 있지 않을까, 계속 고민하면서 연기하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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