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페셜] 미사일 각축장 한반도… 北 ‘창’ vs 南 ‘방패’ 분석



北, 단거리 지대지미사일부터
美 직접 겨냥한 ICBM까지
다양한 사거리 미사일 갖춰

南, 방어체계구축 집중했지만
최근까지 패트리엇 전력이 전부
최대 요격고도 150㎞ 사드 이어
중거리 요격미사일 천궁 배치


한반도에서 ‘창’과 ‘방패’의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대표되는 북한의 ‘창’과 북한의 기습 도발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패’, 즉 미사일방어(MD) 체계다.

올해 북한은 모두 16차례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2월 12일 지대지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한 북한은 9월 15일 IRBM ‘화성 12형’을 날려보내면서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를 이어갔다.

남한은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가 모두 경북 성주기지에 임시 배치됐다. 국산 중거리요격미사일(M-SAM) 체계인 ‘천궁’도 10여 차례 요격시험에 성공한 뒤 전투적합 판정을 받았다. 천궁은 고도 40㎞ 이상에서 적 미사일 요격이 가능하다. 그러나 창의 질주는 숨가쁘게 진행되지만 방패 구축은 상대적으로 더디다. 방어용 무기 개발이 훨씬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질주하는 북한 미사일 개발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서 “북한은 2016년 핵을 탑재해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에 필수적인 요소 기술을 대부분 마무리했다”며 “2017년에는 이런 기술적 성숙을 바탕으로 ICBM을 포함한 다양한 중장거리 미사일의 고도화 내지는 전력화 직전의 비행시험 단계에 돌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사거리 100㎞ 이상인 단거리 탄도미사일부터 사거리가 1만㎞에 달하는 ICBM까지 모두 갖추게 됐다는 의미다. 북한만큼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갖춘 국가는 거의 없다.

오랜 탄도미사일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북한은 1000여기의 다양한 미사일을 확보하고 있다. 남한 공격용인 사거리 300∼800㎞짜리 스커드 미사일과 주일미군기지 타격용인 사거리 1000㎞ 이상의 노동미사일은 800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3년 배치된 스커드-ER은 사거리 1000㎞로 지난 3월 4발이 발사됐다. 스커드-ER은 관성항법장치에 광학장비를 장착해 정확도가 대폭 향상된 것으로 추정된다. 스커드-ER은 북한이 한반도 전역과 일본 일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고체추진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KN-02(화성 11형)와 프로그(FROG) 무유도로켓도 150기 이상 보유하고 있다. 종말단계 유도가 가능한 옛 소련제 단거리미사일(SS-21)의 고체엔진과 정교한 유도장치를 역설계한 KN-02는 최근 사거리와 정밀타격 능력을 크게 개선해 경기도 오산과 평택뿐 아니라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충남 계룡대까지 공격이 가능하다. KN-02는 당초 사거리가 100∼120㎞였으나 북한은 성능 개량을 통해 200㎞까지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시험발사 없이 실전배치했던 사거리 3000∼4000㎞의 중거리미사일 무수단은 지난해 운용발사에서 실패를 거듭하자 ‘화성 12형’에 자리를 내줬다.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화성 12형은 5월 14일 첫 시험발사를 포함해 3회 연속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8월과 9월 일본열도를 넘어 태평양상으로 발사된 이 미사일은 각각 2700㎞와 3700㎞를 비행했다. 정상적으로 발사하면 4500㎞까지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은밀성과 타격성을 갖춘 위협적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14년 10월 지상 실험을 시작으로 모두 6차례의 다양한 사출실험이 진행됐다. 2016년 8월 24일 고래급 잠수함(2000t급)에서 발사된 SLBM 북극성 1형이 500㎞를 비행했다. SLBM이 실전배치되면 전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은 지대함미사일(KN-13)도 개발 중이다. 지대함미사일은 함정을 타격하는 미사일로 움직이는 목표물을 정확히 공격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북한은 숱한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집요하게 미사일 강국을 향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의 위력이 체제 보장은 물론 남한을 포함한 주변국을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후 미사일 개발의 속도전은 가속화되고 있다.

뒤쫓는 남한의 미사일방어 체계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남한은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시키는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는 사거리 약 100㎞에 요격고도가 15∼20㎞인 항공기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PAC-2)이 전부였다.

현재는 PAC-2를 탄도미사일 요격용인 PAC-3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에 요격고도 40∼150㎞에 사거리 200㎞인 사드가 올해 배치를 마쳤다.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면 사드로 한 번, 패트리엇으로 두 번 방어할 수 있는 다층방어망을 형성한 것이다. 패트리엇은 수도권 방어용, 사드는 중부 이남 지역 방어용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이런 방어망에다 올해 6월 전투적합 판정을 받은 중거리요격미사일(M-SAM) ‘천궁’이 가세하면 조금은 더 촘촘한 방어망 구축이 가능하다. 천궁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390억원을 들여 개발한 국산 요격미사일이다. 지난 2일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가 개최한 ‘2017년 방공유도탄 사격대회’에서 천궁은 약 40㎞를 날아가 공중에서 이동하던 표적을 정확히 파괴했다.

군은 또 사거리 60㎞ 이상의 고고도 요격을 위해 장거리요격미사일(L-SAM)을 개발 중이다. 2020년대 초반에나 전력화될 L-SAM은 M-SAM과 함께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핵심 수단이다.

차기 이지스함에 장착될 가능성이 높은 SM-3 요격미사일은 요격고도가 70∼500㎞에 달한다. 차기 이지스함은 2023년쯤 전력화될 예정이다. 군은 2020년대 중반까지는 KAMD 구축을 마칠 예정이다.

하지만 남한의 MD 체계는 SLBM ‘북극성 1형’을 포함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7일 “현 KAMD 체계로는 북한 미사일을 효과적으로 요격하기 힘들다”며 “북한 미사일을 발사 초기에 탐지할 수 있는 정찰감시 능력과 요격미사일의 효율성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격용 미사일 개발도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남한은 현재 공격용 미사일은 사거리 300∼800㎞인 현무 2A·B·C를 확보하고 있고, 사거리 1000㎞ 이상인 순항미사일 현무 3도 보유 중이다. 이들 미사일은 탄두 중량 제한으로 파괴력이 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탄두 중량을 대폭 늘리는 방향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에는 미사일방어 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며 “공격용 미사일을 대폭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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