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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인의를 찾아서-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합병증 다학제팀] 협진으로 척추감염 치료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합병증 다학제팀이 얼마 전 척추수술 후 화농성골수염을 합병한 A씨를 참석시킨 가운데 어떻게 화근을 제거하는 게 좋을지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감염내과 이은정·김태형, 신경외과 박형기 교수, 환자 A씨, 정형외과 이재철 교수, 간호부 천은희 간호사, 핵의학과 박수빈, 영상의학과 오은선, 감염내과 박세윤 교수. 순천향대서울병원 제공


“수술을 잘하는 명의라 해도 막기 어려운 것이 감염에 의한 합병증(감염합병증)이다. 아무리 예방을 잘한다 해도 수술 후 1∼5% 정도는 감염이 발생한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김태형 교수의 지적이다. 감염관리는 그만큼 까다롭다. 김 교수는 여러 감염합병증 가운데서도 척추수술 후 감염합병증 관리로 수도권 지역 척추외과 의사들에게 잘 알려진 의사다.

김 교수는 6일 “인구가 고령화되고 최근 들어 척추수술 건수가 늘면서 감염합병증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특히 당뇨병 등 만성 질환을 동반한 고령 환자들은 척추수술 후 종종 패혈증에 빠져 생명을 위협받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척추수술 후 감염합병증 적잖아

김 교수에 따르면 척추수술 후 감염합병증은 암보다 사망률이 높은 위험 질환이다. 하지만 암이나 심뇌혈관질환 만큼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의료계엔 이른바 ‘수술은 잘 됐는데 감염이 생겼다’는, 의사도 환자도 낯설고 힘든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 아무리 예방을 잘해도 생길 수 있는 ‘감염위험 1∼5% 확률’에 빠지는 경우다.

척추외과 의사들은 주로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수술요법에 대해 전문적으로 수련한다. 따라서 감염합병증에 대처하는 능력을 별도로 키우기란 아무래도 쉽지가 않다. 상당수의 척추외과 의사들이 척추수술 후 감염합병증이 생겼을 때 해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그렇다고 감염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타(他)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기도 어렵다. 남의 환자를 잘못 맡았다가 자칫 덤터기를 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환자 받기를 주저하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이래저래 의사나 환자 모두 이중고를 겪는 상황이 벌어진다.

김 교수를 주축으로 한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합병증 다학제팀은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때 ‘그 환자는 내 환자’라는 생각으로 궁지에 몰린 척추수술 후 감염합병증 환자들을 맡아줘 주목을 받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특히 2005년 이후 전문병원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환자 의뢰가 늘었고 직원이나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찾아오는 환자도 많아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학제 협진 성실 진료가 무기

최근 50대 남성인 A씨도 이 팀의 덕을 톡톡히 봤다. 그는 10여년 전 처음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이후 퇴행성 변화가 이어져 얼마 전 2차 수술까지 받았다. 의사는 수술 치료가 잘 됐다고 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달 후 수술 부위에 골수염이 생겼다. 원인불명의 세균감염이 일어난 것이다.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치료를 받았지만 잘 낫지 않았다. 심신이 완전히 지친 상태에서 김 교수를 소개받고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를 찾게 됐다.

김 교수는 먼저 “경험이 많은 의사가 수술을 해도 감염이 생길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한 원인을 몰라도 퇴치해야 할 가상의 적군을 설정해놓고 대항군을 투약하면 완쾌가 가능하다. 염려 말고 우리 팀의 처방과 권고를 믿고 잘 따라와 달라”고 당부했다.

다음 날 아침 회진에 앞서 A씨와 보호자를 다학제 협진 회의실에 불렀다. 관련 진료과목 교수들과 협동진료(협진)를 하기 위해서다.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각각 척추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박형기 교수와 정형외과 이재철 교수, 영상의학과 오은선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척추감염 다학제팀에는 이 외에도 감염내과 이은정·박세윤 교수팀과 정형외과 최성우·장해동 교수팀, 영상의학과 김현주 교수, 핵의학과 박수빈 교수, 간호부 천은희 간호사(코디네이터)가 전담 의료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선 오 교수가 A씨의 척추 수술부위 영상을 보여주며 현재 상태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고, 김태형 교수는 세균배양검사 결과를 근거로 화농성척추염이라는 진단명을 붙였다. 박형기 교수는 농(고름)을 먼저 깨끗이 걷어내는 수술을 한 후 약물치료를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A씨는 “무슨 병인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다녔는데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되고 치료방법과 예상 치료기간까지 듣게 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며 고마워했다.

A씨를 괴롭히던 수술 후 척추통증은 고름제거수술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일주일이 지나자 눈에 띄게 경감되기 시작했다. A씨는 이후 약 6주간 치료를 더하고서야 완치 판정을 받았다.

평상시 SNS 통해 수시로 소통

순천향대서울병원 척추감염 다학제팀은 소통, 배려, 실력의 삼박자를 갖췄다.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치료하는 것만큼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를 중요하게 여긴다.

김태형 교수는 “우리 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의료진에 대해 실망하고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서 오며 암 이상으로 치료가 까다로운 감염합병증을 겪고 있다. 따라서 원인균을 찾아 퇴치하는 것 못잖게 환자의 얘기를 귀담아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병 치료 분야에선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란 격언이 통용된다. 김 교수팀은 이를 위해 ‘항생제 약동학 자문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 적극 사용 중이다.

이는 척추감염 치료에 많이 쓰이는 항생제 ‘반코마이신’의 용량을 환자 상태에 따라 정확하게 투약하기 위해 약제팀과 공동으로 개발한 약물사용지침이다.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환자들은 어느 누구도 똑같은 용법, 용량으로 항균제가 처방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다학제 협진에 참여한 교수들은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매일 문제목록을 따로 정리하고 보완·수정해서 서로 공유하고 있다.

감염합병증 환자들을 치료하다 모르고 있던 병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바로 의료진 간 수시 소통과 협력이 발휘하는 힘이다. 이들은 환자 상황에 실시간 빠르게 대처하고 최상의 치료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평상시 유·무선 SNS를 통해 수시로 소통하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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