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인터뷰  >  일반

[인터뷰] “서울광장에 공공미술 전시 이유 있나요?”

제임스 링우드 아트앤젤 공동대표. 영국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 전’ 전시 기획에 참여한 걸 계기로 2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는 ‘빈 좌대’가 없지 않나요?”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 중앙에는 트라팔가 해전의 영웅 넬슨 제독상이 우뚝 솟아있다. 사방 코너에도 국가적 영웅의 기념상이 있다. 딱 한 군데 북서쪽 코너만 여러 사정으로 동상이 세워지지 못하고 150여년 간 비어있었다.

영국 정부는 1998년부터 이 빈 좌대 위에 공모로 선정된 현대미술 작품을 1∼2년 단위로 올린다. 전 세계 공공미술의 아이콘이 된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입안한 제임스 링우드(58) 영국 아트앤젤 공동대표를 2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났다. 저명한 전시기획자이기도 한 그는 3일 이곳에서 개막한 영국 팝아트 작가 리처드 해밀턴(1922∼2011) 개인전의 객원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 ‘오늘’을 진행하고 있다. 1회 작품으로 오래된 스피커를 청동으로 본 뜬 김승영(54) 작가의 작품 ‘시민의 목소리’가 선정돼 지난 7월부터 광장 한 켠에 한창 전시중이다. 이는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링우드 대표는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워낙 생각들이 달라 영구적인 조각으로 뭘 설치할지 의견 일치를 보는 건 불가능했다. 일시적이라는 단서를 다니 모든 게 해결됐다”면서 “현대미술을 전파하는 데 의견이 분분한 상황을 잘 활용한 셈”이라며 웃었다.

그는 왕립예술상공업진흥회(RSA)가 1998년 빈 좌대에 뭘 올릴까 결정하기 위해 소집한 위원회에 아트앤젤 공동대표 자격으로 초청받아 7∼8년간 위원으로 활동했다. 아트앤젤은 1985년 발족한 세계적인 공공미술 기획집단이다.

이후 빈 좌대에는 실업자를 연상시키는 영국 작가 마크 왈린저의 ‘에케 호모(Ecce Homo)’, 좌대 자체를 캐스팅해 거꾸로 올려놓은 레이첼 화이트 리드의 ‘기념비’ 등이 올랐다.

서울시가 이를 참고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자, 대뜸 “거긴 좌대가 없지 않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한 마디로 생뚱맞다는 지적이다. 그는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는 런던의 아주 상징적인 장소에서 나왔다. 여러 상징적인 요소가 중요한 성공 요인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좌대 위에 오른 동시대 미술 작품은 그 너머로 우뚝 선 넬슨 제독상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며 현대미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웅변한다. 팔 없는 장애 여성이 임신한 모습을 마치 신화 속 여신처럼 누드로 조각한 영국 작가 마크 퀸의 작품은 광장 주변 기마상이 주는 마초적인 모습과 대비된다.

트라팔가 광장 바로 옆에 국립미술관 등이 위치하고 있는 점도 일반인의 미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 모으는 요인이 된다. 그는 “(네 번째 좌대 프로젝트를) 적용할 수는 있겠지만 직접적으로 반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온갖 시민행사로 북적이는 서울광장에서 왜 진행하는지, 이유가 분명치 않은 ‘따라하기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는 질책처럼 들렸다.

글·사진=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