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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노트] 창의성

앙리 마티스 ‘이카루스’


인간은 누구나 창의적이다. 창의성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이가 따로 있나? 그렇지 않다. 타고난 천재도 분명 있지만 이런 사람만 창의적인 건 아니다. 나는 누구나 똑같은 창의성을 갖고 태어난다고 믿고 있다. 신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창의성을 나눠주셨다. 창의성은 인간 실존의 한 부분이며, 창의력은 인간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창의성을 발휘해라.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를 내놔라”라는 말을 어렵게 받아들일 필요 없다. 번뜩이는 것을 만들려고 억지로 머리를 쥐어짤 것이 아니라, 솔직한 자기를 세상에 자연스럽게 드러내면 된다. “그게 무슨 소리냐”라며 의아해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믿는 창의성의 정의에 따르면 그렇다. 그 어떤 것도 모방하지 않고 유일무이한 것을 실현하는 일이 창조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나의 개성을 온전히 세상에 드러내면 된다. 다른 모든 것은 모방할 수 있어도 나와 똑같은 사람은 없으니까 나다움을 찾아가면 누구나 창의성을 실현시킬 수 있다. 더 단순하게 표현하면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않으면 된다. 독창성이란 결국 자신을 변함없이 진실하게 대할 때 얻어지는 것이니까.

“그렇게 쉬운 거라면 왜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머리를 싸매고 있겠느냐”라고 미심쩍어하는데, 그건 불안이라는 감정이 창의성을 가로막은 탓이다. 독창성에는 언제나 불안이 따른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남다른 기획을 펼쳐내면 세상 사람들이 “그거 대단한데”라며 순순히 받아들일까? 그럴 리 없다. 인간은 생소한 것을 본능적으로 거부한다. 비판하고 비난하며 그것을 몰아내려고 한다.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러야 할 희생도 만만치 않다. 거부와 소외를 각오해야 한다. 이것들이 불안으로 덮쳐오면 겁먹고 스스로 창의적 불꽃을 짓눌러 버리게 된다. 불안에 휘둘리면 내면의 불꽃은 이내 꺼지고 만다. 내 안에 빛이 있어도 보지 못한다. 결국 창의적인 사람이 되느냐 마느냐는 신념의 문제이지 재능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실존주의 심리학자 롤로 메이도 창조에 가장 필요한 건 용기라고 힘주어 말했던 것이다.

김병수(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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