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우즈벡은 어쩌다 테러리스트 최대 수출국이 됐나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시에 있는 폴리테크닉 고교에서 1일 밤(현지시간) 미국 뉴욕 트럭 테러 희생자 추모 기도회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지난 31일 테러로 숨진 8명 중 5명이 이 학교 졸업 30주년을 기념해 뉴욕으로 단체관광을 갔던 동창생들이었다. AP뉴시스




중앙아시아 ‘철권 통치’의 역설

인구 절대 다수가 무슬림이지만
오랫동안 종교활동 억압하고 통제

극단주의자들 체포·고문도 횡행
IS행동대원·외로운 늑대로 변신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벌어진 트럭 돌진 테러를 비롯해 전 세계 각지에서 우즈베키스탄(우즈벡) 출신에 의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미 시사주간지 ‘디 애틀랜틱’은 우즈벡에서 정부 통제를 피해 해외로 흩어진 과격 무슬림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며 자생적 테러리스트로 활약하게 됐다고 1일 분석했다.

디 애틀랜틱은 뉴욕 트럭 테러 용의자 세이풀로 사이포브(29)의 수북한 턱수염을 언급하며 “고국인 우즈벡에서는 그렇게 기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즈벡에서 턱수염은 종교적 극단주의의 표시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우즈벡 정부는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무슬림의 종교활동을 오랫동안 제한해 왔다. 지난해 숨진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은 독재체제를 유지하며 이슬람 정당을 법으로 금지하고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을 수감·고문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부는 극단주의자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취직과 여행을 금지하고 경찰의 관리를 받도록 했다. 새 대통령이 지난 8월 명단을 축소하기 전까지 블랙리스트에는 1만8000명이 올라 있었다.

표면적으로 이슬람 통제 정책은 구소련 붕괴 직후 결성된 우즈벡이슬람운동(IMU)이라는 이슬람 근본주의 활동과 싸우기 위한 것이었다. IMU는 우즈벡에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기를 원했다. 카리모프정부 아래에서 IMU 투쟁가들은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인근 국가로 흩어졌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2001년 이후에는 파키스탄으로 숨어들었고, 그곳을 거점으로 우즈벡과 타지키스탄에 대한 다발적 공격을 벌여왔다. IMU는 2014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IS에 동맹을 맹세했다.

카리모프정부의 강경책은 극단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슬람 극단주의 활동을 지하조직으로 전환시키고 결국 해외로 진출하게 만들었다.

해외에서 테러를 벌인 우즈벡 출신은 사이포브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월 터키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우즈벡 출신 남성이 다른 중앙아시아 출신들과 자살폭탄 테러를 벌였고, 지난 4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트럭을 몰고 돌진해 19명의 사상자를 낸 인물도 우즈벡 출신이었다. 이들 모두 IS를 추종했다. 지난주 뉴욕에서는 우즈벡 출신 남성이 IS를 물적으로 지원한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미 보안컨설팅업체 수판그룹은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 IS 조직원으로 유입된 우즈벡 출신이 1500명 정도라고 밝혔다. IS는 이라크에서 벌어진 주요 자살폭탄 공격에 우즈벡 출신이 가담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뉴욕 테러범을 사형시켜야 한다. 그를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테러범 유입을 막기 위해 영주권 비자추첨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추첨제는 상대적으로 이민자가 적은 나라 국민들만 대상으로 무작위로 추첨, 매년 5만명에게 영주권을 주는 제도다. 뉴욕 테러범도 이 제도로 미국에 정착했다. 그동안 보수 진영에서는 비자추첨제 대신 일정한 능력을 갖춘 이들만 받아들이는 능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글=강창욱 기자 kcw@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