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윤고은] 층간욕설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도 종종 층간소음이나 층간흡연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데, 난 별 관심이 없었다. 딱히 그 불편에 연루된 적이 없으니 그저 강 건너의 일로 생각했다. 그런데 두 달 전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베란다에서 담배 냄새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를 모르는 담배냄새는 분명, 침입자였다. L은 베란다 창을 열고 종이에 불을 붙여서 지금 연기가 위로 올라오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우린 그런 실험까지 해야 했다. 나는 얼굴을 창밖으로 내밀고 소리를 질렀다. “누가 담배를 집에서 피워! 매너도 없다아아아!” 허공을 향해 과장된 기침까지 했다. 그러다보니 진짜 기침을 하게 됐고, 욕도 하게 됐다. 줄거리가 있는 욕설이었다. 그 욕설의 가장 큰 효과가 바로 옆에서 나타났다. 내 발악을 지켜보던 L은 웃다가 거의 쓰러져 있었다. 기분 탓인지 담배 냄새가 뚝 그친 것도 같았는데 며칠 후 다시 시작됐다.

경비아저씨가 일전에 냄새가 나면 바로 경비실로 연락하는 게 좋다고 했던 게 떠올라 한번은 그렇게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다. 두 번째여서 더 익숙했다. “너 아직도 담배 피우냐아아아!”로 시작돼 욕쟁이할머니처럼 끝나는. 그때 누군가가 초인종을 눌렀고 화들짝 놀란 나는 식탁 밑에 숨었다. 방금 내 소리 때문에 위아래의 누군가가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경비아저씨였다. 계단을 오르며 담배 냄새가 어디서 나는지를 확인하던 참이었다고 했다. L이 경비아저씨와 나눈 건 층간흡연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식탁 밑에서 층간욕설에 대한 걸 생각하고 있었다. 경비아저씨가 계단을 오르며 애쓰신 것도 층간흡연을 막지는 못했다. 다만 다른 쪽에는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어떤 입주민 하나가 창밖을 향해 욕하는 일을 그만둔 것이다. 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동행이 말을 걸어도 표정으로만 대답을 하게 되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웬만해서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혹여나 자신의 목소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되어서라고 한다.

글=윤고은(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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